[나무와 경영] 소통의 소중함 일깨우는 닥나무-下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7.12 14:23 의견 0

▲고객에게 민감해야 한다
반대로 고객의 소리를 경시함으로써 회사에 큰 위기를 초래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도요타자동차의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리콜 사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건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가 방송을 통해 공론화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도요타자동차의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다는 말들이 돌기 시작했지만, 회사는 그런 고객의 소리를 무시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추락하는 시발점이었다. 다행히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위상을 회복하긴 했지만, 도요타자동차의 추락은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위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한 때 석면 가루가 함유된 베이비파우더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 사건 역시 실제 공론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제조업체들이 무시했다가 큰 위기를 맞았던 사건이다.

이처럼 흔히 큰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작은 사고 또는 징후가 반드시 있다고 한다. 한 건의 치명적인 사고 이전에는 300건의 작은 징후가 있다고 하는 하인리히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인해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고객의 소리를 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쟁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쟁자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와 싸우고 있다. 20여 년 전, IBM 경영연구소의 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스티븐 해켈은 '기업의 운영 모델이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전통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고객이 니즈를 감지하고 즉시 반응하는 모델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지-반응 모델을 통해 기업 외부의 고객에게 눈을 돌리고 2~3년 앞을 내다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감지능력'이란 쓸모없는 소음과 의미 있는 신호를 구분하고 외견상으로 소음으로 보이는 신호를 의미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감지능력을 가진 경영자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를 꼽는다. 그는 "경쟁업체에 초점을 맞추면 경쟁업체가 무언가를 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 선도적인 행동으로 앞서갈 수 있다."라고 말하며 고객만을 생각한다.

얼마나 고객 중심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그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은 더 풍부한 힌트를 기업에게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런 고객의 소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지는 기업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소통이 되어야 오래 간다
어느 식당에 '고객이 짜다면 짜다'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고 한다. 식당 주인의 입맛이 아닌 고객 입맛에 맞추겠다는 정신이 존경스럽게 보인다. 세계적인 불황과 저성장의 시대에 기업은 고객의 입맛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을 우러르지 않는다면 그 기업의 생존은 보장받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인쇄 기술이 매우 발달했다. 목판활자나 금속활자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한지를 만드는 기술 역시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지는 수명이 긴 종이다. 한지의 오래된 유품으로 신라 경덕왕 때 석가탑이 창건되었을 때 그 안에 보존해 두었던 다라니경이 있다. 두루마리 형태인데 재료가 닥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다라니경 두루마리를 싸고 있던 천은 이미 썩어버렸지만 종이는 거의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존된 다라니경을 통해 불교의 정신이 이어졌으리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민정문서라는 것이 있다. 일본 도다이지(東大寺)에 보관되어 있는데, 근 1300년 간 원형을 유지하여 오늘날까지 보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닥나무로 만들어진 덕택으로 보고 있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가 이렇듯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이어주었다. 반대로 소통이 활발한 곳은 오래 번성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라도 전주 지방은 한지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오늘날까지 전주는 문화 예술의 고장으로 명성이 있다. 소통의 매개가 되는 한지가 발달한 곳에 문화 예술이 흥하게 된 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삼한 시대부터 행정의 중심지였던 전주가 오늘날까지 번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객과 소통을 잘하는 기업이 더 좋은 성장을 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필자는 닥나무를 빌려 고객과의 소통을 말했다. 경영자들은 굳이 닥나무를 빌리지 않더라도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그렇게 소통해야 할 고객에는 외부 고객 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이라고 하는 직원들도 있다.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에서 '리더라면 부사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단의 다수 팔로어들이 좋아하는 것이 그 가까운 관계들 사이에서 파악되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모든 것들은 최상층의 리더가 자신의 가장 가까운 팔로어가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그 바로 아래 리더-팔로어 관계가 즐겁게 따라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조직 내 수많은 리더들이 자신과 가까운 팔로어가 무엇을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놓치는 것들이다. 혹시라도 계속 놓치게 된다면 닥나무로 만든 종이에 잘 기록해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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