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경영] 아이덴티티란 이런 것 ‘자작나무’-上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6.20 10:10 의견 0

관계를 이어주는 나무

고객과 한 번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기업이 고객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정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렬은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고객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도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나뭇잎을 책갈피 속에 끼워서 말려 두었다가 연애편지를 쓸 때 하나씩 끼워 보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때 많이 쓰는 나뭇잎이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잎이었다. 모양이 독특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뭇잎의 모양에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나뭇잎이 아닌 나무껍질을 편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나무가 있다. 바로 자작나무다. 자작나무 껍질은 가로 방향으로 마치 종이와 같이 넓게 잘 벗겨진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나무껍질을 벗겨내면 꽤 널찍한 크기로 벗겨낼 수가 있다. 그래서 아주 옛날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작나무 껍질을 종이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실습차 산에 갔다가 구해 온 자작나무 껍질을 잘 말려 두었다가 그 위에 편지를 써서 보낸 적이 있었다.

자작나무 껍질은 색깔이 매우 희고 은빛이 나서 자작나무 군락을 멀리서 보면 백옥같이 희고 빛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는가? 코제트가 있던 숲 속에서 캄캄한 밤에 겨우 스며드는 달빛에도 빛나게 보이는 나무가 있었다. 그게 자작나무다.

자작나무는 핀란드의 국가 나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소나무가 깊이 스며 있듯이 자작나무는 핀란드 사람들의 감성, 일상생활, 풍습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사우나를 할 때 자작나무를 묶은 다발로 등을 두드리면 나무의 좋은 성분이 몸을 소생시킨다고 믿는다.

고로쇠나무나 단풍나무와 같이 자작나무에서도 수액을 얻어 마시고 시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 껍질에 기름기가 많고 잘 찢어지지 않아 집을 지을 때 지붕을 엮는데도 사용되고, 핀란드나 스웨덴에서는 배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작나무는 한 번 눈길을 주면, 그 아름다움에 자꾸만 눈이 가게 되고, 결국 나무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자작나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이른 봄 나오는 자작나무의 밝은 연둣빛 잎을 좋아한다. 지상 최고의 연둣빛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쩌다 우연히 자작나무를 만나게 되면, 그 나무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접촉이 지속 관계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특별한 매력 발산하는 기업이 되어야

자작나무처럼,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기업들이 고객과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큰 바람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경쟁 기업, 경쟁 제품들의 홍수 속에서 기업은 늘 자사만의 차별성을 고객에게 어필하고 고객의 기억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귀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차별적으로 전달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 경영자의 약 85%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실제 고객을 조사해 보니 겨우 15% 정도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생각하는 고객과 고객이 실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각하는 차이 즉, 상호 관계에 대한 갭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기업이 고객을 너무나 심각하게 짝사랑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경영을 통해 성공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논리의 흐름에 의해서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키고, 만족한 고객이 계속해 이용하면서 구매를 늘려 나가고, 주변의 지인들에게 추천함으로써 경영 성과는 계속 높아지게 된다. 그 단순한 선순환의 고리를 완성시켜 주는 것이 '고객만족'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자작나무’와 같이 고객에게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를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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