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대비 상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크게 늘어났다. 국내 빅3 조선사들은 협력업체 등을 통해 각각 1000명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각각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취업해 현재 한화오션 3000여명, 삼성중공업 4600여명, HD현대중공업 4500여명의 해외 인력이 근무 중이다.
과거 조선업이 불황이던 시절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조선사들의 많은 인력들이 이탈했다. 이후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최근에도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 등으로 인력들이 충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발간한 '2024년 조선·해양 산업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 업종의 미충원율은 14.7%로 나타났다. 이는 전산업평균 8.3% 대비 6.4% 높은 수준이다.
조선업계 인력 부족의 주된 이유로는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4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27.1%)이 뒤를 따랐다.
앞서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2023년엔 매년 5000명씩 3년간 조선업계 E-9(비전문직 취업) 비자 쿼터를 신설했다. 올초에도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는 E-7(특정활동용) 외국인력 허용비율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선소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내국인 채용이 어려운 가운데 수주 초호황기를 맞아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오션의 수주잔고는 2020년 말 8조6405억원에서 지난해 말 30조4319억원으로, 삼성중공업은 12조118억원에서 31조5350억원으로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12조750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43조9575억원으로 수주잔고가 늘어났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조선업계 인력부족이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챗GPT]
조선소 내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선소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용접 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그중 비전문 인력이 절반을 차지하면서 품질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인력을 급하게 채용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이 유입되었고, 이에 따른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무 전달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노조의 비판도 이어졌다. 전국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정부의 비자 정책이 조선업 전체의 저임금 및 비정규직 문제를 고착시킨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는 위험하고 저임금인 불안정한 조선업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며 "이주 노동자들로 일자리를 메우는 식은 비정규직과 임시 단기 일자리만 양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내 언어 문제에 관해선 회사 내 여러가지 언어로 안내문을 부착하고, 안전교육도 나라별로 통역을 하는 등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상선 경쟁이 지속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관계자는 "업계 처우가 개선되어야 숙련공이나 국내 신규 인력들이 유입될 텐데 조선업이 워낙 좋지 않다가 이제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조선사의 수익성이 좋아지만 인력 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주 성과를 살펴보면 견조량만큼 수주를 했기 때문에 양호한 성적이지만, 수주점유율은 중국이 70%를 넘어선 반면 우리나라는 20%에 미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 상선 시장 규모를 유지하려면 중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력이 조선업을 지탱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산 저가 철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조선 원가는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임금을 많이 올려 내국인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조선업은 숙련공을 다수 확보해야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이므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향후 군함 수주 및 한미 협력으로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기를 기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