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아이덴티티란 이런 것 ‘자작나무’-下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6.28 09:53 | 최종 수정 2022.07.11 20:54 의견 0

▲”경쟁자 아닌 고객에 집중하면 선구자가 된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정렬하는 경영, 즉 기업의 모든 의사 결정에 고객을 가장 우선으로 두는 경영이 필요하다. 종종 기업의 경영자나 고위 관리자와 얘기를 나눠 보면, 고객만족이라는 것을 단순히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해결해 주는 활동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한 일이지만, 이를 고객만족경영의 전체로 취급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해소시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 기본 위에 기업의 전략부터 프로세스, 시스템, 인적 자원 개발, 평가와 피드백 등 일련의 모든 활동들이 고객을 향해 한 방향으로 잘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고객만족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진 고객만족경영이 실현돼야만 그 효과도 담보된다 하겠다.


고객만족과 관련된 사례나 명언들은 일일이 나열하지 못할 만큼 수도 없이 많다. 그 중 고객만족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언은 역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 "경쟁자만 바라본다면, 그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고객에 집중하면 선구자가 될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말로 그치지 않았다. 경쟁사가 아닌 고객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서 선구자로 우뚝 섰다. '아마존 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아마존 4스타', '아마존 웹서비스(AWS)' 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버거운 혁신사례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마존의 '아이덴티티'는 사업 초기에 구축한 세계 최초, 최대의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최고의 혁신기업'이 되어 있다. 전략부터 실행까지 '고객'을 생각하는 정렬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 기업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자

이렇게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정렬해 고객만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면 그 다음 할 일은 우리 기업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Identity)’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이덴티티'란 사전적으로는 '신원, 신분, 정체, 독자성' 또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로 정의된다. 경영에 적용하면 기업의 차별화된 고유의 색깔이라 할 수 있다.

아이덴티티에는 기업 아이덴티티, 브랜드 아이덴티티, 웹 아이덴티티 등 각 분야에서 사용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2004년부터 '서비스 아이덴티티'라고 하여 고객만족을 위한 그 기업의 독특한 차별성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여기서 '서비스'란 기업이 가진 제품과 그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런데 서비스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기업 담당자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서비스’란 단어 때문인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구분을 지어 '서비스업'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제품을 판매한 이후 제공하는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 개념으로 한정 지어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서비스 아이덴티티'에서 말하는 서비스의 본질적 의미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서비스를 말한다. 그리고 기업의 차별적인 전략에 의해서 형성된 포괄적인 그 기업만의 색깔을 ‘서비스 아이덴티티’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기업에 생명력 불어넣는 '아이덴티티'

1970년대 초 우리나라 역사학계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 고분 발굴 과정에 나무껍질 위에 그려진 독특한 그림을 발견했다.

천마도였다. 말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큰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천마도가 그려진 바탕 재료가 자작나무 껍질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자작나무는 경주 지방에는 자라지 않는 북녘의 나무다. 이는 곧 신라의 문화, 한반도 민족 이동이 북방에서 비롯된 뚜렷한 증거라는 것이다. 자작나무 하나가 민족의 기원을 연구하는데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핀란드는 어떠한가?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던 기업이 노키아다. 노키아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이었다. 사실 노키아의 기원이 자작나무를 원료로 펄프를 생산하던 기업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노키아가 있는 나라 핀란드에서 세계 디자인 사에 획기적인 디자이너가 등장한다.

알바 알토.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 알바 알토는 자기 나라에 지천으로 있던 자작나무를 재료로 이용했다.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자작나무의 경제성을 높여보고자 나무를 열처리하여 곡면을 살린 'No. 41, 31'이라는 의자를 제작한 것이다.

1930년대 최초 제작된 그 의자는 20세기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매료시켰고 지금까지도 20세기의 디자인으로 손꼽히며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알바 알토는 훗날 핀란드 지폐에도 등장한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가 되었다. 핀란드 산업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 '빛나는 들판'이 등장한다. 그 '빛나는 들판'은 자작나무 숲이다. 빛이 날만큼 흰 자작나무 껍질의 아이덴티티는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산업 속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다. 아이덴티티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아이덴티티'의 또 다른 사전적 정의인 에릭슨의 자아 심리학이나 올포트의 인격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타인과 구별되는 한 개인으로서 현재의 자신은 언제나 과거의 자신과 같으며 미래의 자신과도 이어진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 '미래의 자신'과 이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곧 생명력이다. 자작나무가 들려주는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다시 새겨볼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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