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해보험이 6년 간의 적자 끝에 결국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 된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을 주요 사업으로 했으며, 2030세대의 접근성이 높은 디지털 손해보험사이지만 정작 2030세대의 자동차 보유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 판단 오류로 지적된다.
8일 한화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이 흡수합병 계약을 맺었다. 한화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의 합병 비율은 1대 0.2973564다. 각 사의 주당평가액은 한화손보 1만7053원, 캐롯손해보험 5071원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9월 10일이다.
캐롯손해보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주도로 지난 2019년 5월 출범한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한화그룹과 SKT,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등이 합작해 설립됐다.
하지만 캐롯손해보험은 출범 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당기순손실은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이다. 6년동안 쌓인 적자만 3000억원이 넘는다.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이 주요 사업모델이라 적자가 예견됐었다는 게 중론이다.
캐롯손해보험의 지난해 보험계약부채는 자동차보험 1479억원, 일반보험 397억원이다. 자동차보험의 보험계약부채가 전체 보험계약부채의 78.82%를 차지한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 포함돼 매년 금융당국의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인하됐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7개 손해보험사(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지난해 1~12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7.8%다. 전년동기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게다가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만큼 보험 가입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데, 정작 디지털에 친숙한 2030 세대의 자동차 보유율이 높지 않은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2030세대 고객 비중은 27% 정도다.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인구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자동차 보유 연령대가 2030세대보다 40대, 50대가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적자는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화손해보험이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재무악화를 막기 위해 자금수혈을 단행한 것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하락을 막기 위해 2021년 1000억원, 2023년 1305억원, 지난해 3000억원 등 세 차례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을 합병하여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캐롯손해보험을 흡수합병하여 양사의 사업 과정에서 중복되는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양사 상품 라인업 및 서비스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사 상품 라인업/서비스의 결합으로 금융소비자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및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캐롯손해보험이 축적한 노하우와 한화손해보험이 확보한 인공지능(AI) 인프라가 결합하여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