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소통의 소중함 일깨우는 닥나무-上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7.06 10:34 | 최종 수정 2022.07.11 20:53 의견 0

▲문명의 기초

​닥나무는 한지를 만드는 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종이 만드는 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고구려 때 담징이 일본에 종이 만드는 기술을 전했다 하니 이미 그 이전에 종이를 만들어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한지를 만드는 절차를 살펴보자. 11월과 2월 사이에 닥나무의 1년 된 가지를 잘라 모은다. 이 시기의 닥나무가 섬유질이 풍부하고 수분도 많기 때문이다.

모은 닥나무 가지의 껍질을 벗긴다. 이 때는 뜨겁게 달군 돌에 물을 부어 생기는 증기에다 가지를 쪄서 껍질이 연해진 다음 벗겨낸다. 벗긴 껍질의 바깥쪽을 흑피, 안쪽을 백피라 한다. 이 중 백피만 모아 잿물에 소죽 끓이듯이 삶은 후 방망이로 두들겨 찧어 자루 속에 넣고 짜서 닥섬유를 뽑아낸다. 뽑아낸 닥섬유를 대나무 발로 떠내서 말리면 한지가 된다.

설명은 간략히 했지만 한지 만드는 과정은 무척이나 고되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닥나무 섬유를 종이 만드는 데 사용했지만, 하와이나 사모아에서는 천을 짜는 데 썼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옛날 한옥의 창호지로 사용되었다.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는 반드시 창호지를 발라야만 찬 겨울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안방의 바닥 역시 한지가 차지했다.

군영에서는 기름을 먹여 말린 후 천막을 만드는 데도 활용하였다. 기름을 먹인 한지는 강도가 매우 뛰어나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천막의 재료로써 그만이었던 것이다.

민간에서는 닥나무를 딱나무로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죽을 때 자기 이름을 한 번 부르고 죽는 나무라고 했다. 닥나무 가지를 꺾으면 딱 소리를 내며 죽는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자로는 저목(楮木)이라고 부른다. 저(楮)는 한지를 뜻한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종이 화폐를 저화라고 부른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용도는 기록을 남기는 용도가 아닌가 한다. 순백색의 닥종이는 먹물을 잘 머금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데 매우 좋은 것이었고, 이 종이를 통해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하였다. 문자가 문명의 발달을 촉진시키는데 일등 공신이었다면 그중에서도 닥나무는 최고의 공신이 아니었겠는가.

살짝 벗어난 이야기지만 닥나무는 뽕나무과에 속한다. 한 가족이다. 뽕나무, 닥나무, 꾸지나무 같은 뽕나무 가족은 유독 섬유질이 길어 특별히 펄프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나무다.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말년을 보낸 고향 집에 뽕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후 새 집주인이 들이닥치는 순례객들을 감당치 못하여 뽕나무를 잘라서 팔아버렸다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직접 심었다는 뽕나무 가지를 꺾어서 가져가려는 관광객들의 성화에 지쳤기 때문이란다.

글을 쓰는 대문호가 종이 만드는 재료인 뽕나무를 심은 것은 서로에게 끌림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은 당시 중국에서 밀려드는 비단을 대체하기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땅을 가진 지주와 저택 소유자에게 뽕나무를 의무적으로 심도록 했기 때문이다.

세상 살면서 반드시 사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약간의 허구일지라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경영 인사이트의 원천

​오늘날 경영에 있어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고객과의 의사소통은 최근에 더욱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을 경영에서는 ‘고객의 소리(The Voice of Customer)’라고 일컫는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 고객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고객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고객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기업에게 뭔가를 요구한다. 이런 요구 속에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은 불편에 대한 불만이 포함되기도 한다.

때로는 기업에 대한 칭찬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이 기업에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고객의 소리’라고 하는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고객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기업 내부로 받아들여 경영 자산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의 소리를 매우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기업이 먼저 나서서 고객의 소리를 찾고 수집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매체가 매우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교환하는 많은 소통의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 즉, 인사이트(Insight)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디커플링'에서 '기업 혁신의 성패는 고객(소비자)이 결정한다'고 역설했다. 기업 혁신이 성공하려면 고객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바일이 일상생활을 점령함에 따라 최근에는 고객의 소리를 다루어야 할 범위도 매우 넓어졌다. '언택트 시대의 고객 경험 관리 전략, VOC 4.0'에는 고객의 소리를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과 저런 것입니다."하고 고객이 직접 말하는 VOC다.

둘째, 너무나 기본적이어서 고객이 미처 언급하지 않는 VOC도 있다. 일명 '언더 더 VOC(Under the VOC)'다. 꼬치꼬치 말해주지 않아도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객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셋째, 정상적인 VOC 위에 존재하는 '오버 더 VOC(Over the VOC)'도 있다. 고객이 미처 알지 못하는 요구사항이다. 눈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알기 어렵지만 그것을 달성하면 고객은 감동한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의 VOC인 셈이다.

오늘날은 한 차원 높은 단계의 '오버 더 VOC'가 오히려 당연한 것이 되어 있다. 기술의 발달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SNS 채널에서 다양한 정보를 긁어올 수 있고, 인터넷 상에 남겨진 로그 기록도 있다.

통신기록, 신용카드 사용기록 등 일상생활에서 남겨진 정보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빅데이터라고 부르는데, 이것들 역시 훌륭한 VOC가 된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는 "빅데이터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의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로 바뀌고 의사결정자의 액션을 통해 가치로 바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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