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콤플렉스(사진=차바이오그룹)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코스닥 상장사 차바이오텍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법(이하 첨생법) 개정안 시행이라는 수혜에도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

자회사 차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 성공을 위해 대규모 자금 수혈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회사는 차헬스케어 상장 후 보유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더 이상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주주제안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전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1800억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발행주식수는 상장주식수의 35.71% 수준인 2011만 1740주, 주당 예정발행가는 8950원이다.

이번이 네 번째 정정공시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20일 2500억원 수준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상장주식수의 41.11%에 이르는 2314만 8150주의 신주를 주당 1만 800원에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1만6020원에서, 유증 공시 후 3거래일 만인 같은 달 23일 1만 500원으로 34.46% 떨어졌다.

최근 1년간 차바이오텍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주주들은 자회사인 차헬스케어의 기업공개(IPO)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차바이오텍은 차헬스케어 지분 72.76%를 보유하고 있다.

첨생법 개정안 시행 수혜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지만, 차헬스케어를 비롯한 자회사·계열사 지원을 위해 매년 유상증자 등을 반복해, 주가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주주들의 불만이다.

지난달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첨단재생의료 행위 범위가 기존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연구자 임상에서 모든 질환 임상과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용까지 확장됐다.

이에 따라 차바이오텍의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상업화되고, 차바이오텍의 임상 데이터 확보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5월 444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으며, 이에 주가는 급락했다.

차바이오텍 주주연대 대표는 “차헬스케어의 사업형태는 해외병원 운영이라는 해외법인이다. 차헬스케어에서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도 차바이오텍에서 과실을 따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나 있겠나. 해외 수익은 그 나라에 재투자하도록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차바이오텍이 자회사 차헬스케어에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1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이 가운데 600억원을 차헬스케어 지분 취득에 사용했다.

차헬스케어에 큰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차바이오텍이 차헬스케어에 해준 대여금 규모는 626억3920만원이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출자금 500억원을 합하면, 대강 파악되는 자금수혈 규모만 1700억원이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차바이오텍이 차헬스케어 주주인 금융기관들을 엑시트 시켜주기 위해 IPO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바이오텍 소액주주연대는 향후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기존 발행주식수 대비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신주발행 시 주총 특별결의를 통한 승인 명문화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 ▲1년 이내 최대주주 차광렬의 등기임원 선임을 통한 책임 경영 촉구 ▲사외이사 후보 2인 선임 ▲감사 후보 1인 선임 등을 주주제안한 상태다.

반면, 차바이오텍은 자회사 차헬스케어 상장 후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차바이오텍은 차헬스케어를 비롯한 종속회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으며, 차헬스케어가 운영하는 해외 병원 매출이 차바이오텍 연결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그만큼 차헬스케어의 가치를 높이면 차바이오텍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차헬스케어 상장을 조건으로 교환사채(EB) 매입 방식의 투자를 단행한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상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유상증자를 거치면 차바이오텍이 보유한 차헬스케어 지분은 70%가 넘을 예정”이라며 “차헬스케어가 상장할 때 이 정도로 많은 지분이 필요하지는 않다. 가능한 구주를 많이 팔아 차바이오텍이 차헬스케어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차바이오텍의 자산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차헬스케어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수의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를 유치하면 구주를 팔아 차바이오텍이 지원한 돈을 빠르게 상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