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오션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2조3328억원이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대우조선해양 시절 2016~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자본 확충을 위해 수출입은행을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016년 1조원, 2017년 1조2848억원, 2018년 480억원 등이며, 만기는 각각 2046년, 2047년, 2048년이다.

전환가격은 4만350원이다. 해당 CB로 전환되는 물량은 총 5781만주다. 이는 한화오션 전체 주식(3억641만3394주)의 18.9%에 이른다.

최근 수주 호황 및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한화오션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출입은행의 CB 전환가격을 넘어섰다.

이날 한화오션은 5만29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장중 52주 신고가인 5만7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2만1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1년 새 2.5배 가량 오른 셈이다.

CB는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지만, 일정 조건(전환가격과 전환기간)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시 채권은 소멸되고 투자자는 기업의 주주로 전환된다. 전환권은 대체로 발행 후 1년에서 만기 전까지의 기간이 전환권 행사 기간으로 설정된다.

발행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만기까지 이자를 확보할 수 있고, 발행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주주 입장에선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

[사진=한화오션]

HMM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HMM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급망 이슈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2000원대에서 5만원대로 급등한 바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HMM이 행사한 조기상환권을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2조5600억원 규모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됐으며, 총 4억7565만 주가 신규 발행됐다.

2021년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해 현 주가는 1만8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CB의 조기상환권을 살펴보면 2021년 12월 31일부터 사채 전부 및 일부에 대해서 상환할 수 있고 이후 1년마다 상환할 수 있다.

또한 거래종결일(2023년 5월 23일)로부터 5년 후 6년이 되는 날까지 사채의 권면총액의 0.5%, 그다음 날부터 다시 6년이 되는 날까지는 매 6개월마다 1.5%, 그다음 날부터 만기일까지 매 6개월마다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분기 기준 흑자 전환한 한화오션이 조기 상환을 하기에는 이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금리도 좋은 상황이라(현 CB 금리 1.0%) 한화오션 입장에선 굳이 조기 상환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현재 시점에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CB 전환가액 대비 약 40%의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산업은행이 배임을 근거로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만큼, 수출입은행도 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익 기회가 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주식 전환의 근거로 내세웠다.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행했던 대한항공 CB를 지난 2020년 6월 인수했다. 이후 2022년 6월 이를 주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공시에 따라 조기 상환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화오션 CB 관련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