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금융위원회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 및 상법 개정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진=김나경 기자)

주주연대범연합이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심사 기간만 줄였을 뿐, 아직 상장폐지 심사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게 요지다. 주주연대범연합은 감사보고서 작성 시 진행 중인 재판과 같은 불확정적 요소가 아닌, 확정된 재무 상황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화그룹주주연대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대유주주연대, 셀리버리주주연대, 조광ILI주주연대 주최로 ‘금융위원회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 및 상법 개정에 대한 제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현 이화그룹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1월 2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 시행에서 거래정지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은 논외로 배제됐다”며 “1400만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요구를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지난 3년간 369개, 지난 한 해만 151개 상장사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으며, 이는 대부분 대주주 및 이사의 횡령·배임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 증시는 소수가 저지른 잘못을 다수에게 떠넘기는 구조적 모순에 놓여 있다”며 “(금융위의) 상장폐지 간소화 정책의 핵심은 질적 개선이 아닌 과거의 형식적 심사로의 회기이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대표는 “금융위에 졸속 정책이 아닌,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며 개선안으로 “첫째, 상장폐지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라. 감사보고서 작성 시 진행 중인 재판 같은 불확정적 요소가 아닌, 확정된 재무상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둘째, 횡령·배임에 따른 차등적 상장폐지 절차를 도입하라. 횡령 및 배임으로 기소된 경우, 대주주와 기업의 횡령액을 자발적으로 납부·환수한 정도에 따라 주식 매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셋째, 기업 및 유관기관의 투명성을 강화하라. 기업의 개선 계획 이행 내역뿐만 아니라, 상장폐지 사유를 명확히 공개하는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와 피해 주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 넷째,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를 촉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횡령·배임이 끊이지 않는 기업 환경, 불합리한 증시 관리 시스템, 그리고 행정 편의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지금 이 자리에 온 (연대) 기업들의 사례만 잘 분석하고, 이를 보완할 방법만 찾아도 한국 자본시장에 산적해 있는 문제 중 절반 이상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이화그룹, 대유, 셀리버리, 조광ILI 등의 기업에는 공통된 문제들이 있다. 영업실적이 견조하거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잠재성을 촉망받았지만,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동으로 일순간 회사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 정지 후 주주들이 회사를 살려보려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회사 내외부에서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장기간 거래정지 과정에서 주주들은 개선 상황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었으며, 편법/불법/위법 주총으로 다수의 주주가 추진한 이사 선임 등의 시도도 무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강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횡령 배임 대주주의 주총에서의 의결권 제한’이 반영됐다면, 이 회사들이 이런 상황에 처할 일을 없었을 것”이라며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라는 당연한 원칙조차 우리 자본시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기에, 이 조항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화그룹주주연대와 주주연대범연합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7차 집회를 진행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이화그룹주주연대와 주주연대범연합이 제 7차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