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주가는 지난해 9월 11일 3만2800원에서 지난 11일 2만2300원까지 반년 만에 32% 넘게 하락했다. (사진=네이버증권)
조용일·이성재 현대해상 각자대표가 임기가 남았음에도 대표 이사 자리를 내려놓기로 했다. 주가 하락과 건전성 악화에 대한 책임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10일 52주 신저가 2만 2000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지난해 9월부터 반년 동안 32% 넘게 하락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307억원으로 전년대비 33.4% 증가했다.
하지만 순이익 1조원 달성에도, 당분간 자본력 강화를 위해 배당은 중지된다.
제도 변경으로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고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늘면서, 이 회사의 지난해 12월 말 예상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이 전분기 대비 14.3%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의 킥스비율은 155.8%로 금융당국의 권고(150% 이상)를 간신히 맞춘 수준이다.
새 대표이사로는 이석현 CPC(고객·상품·채널) 전략부문장 전무가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오는 3월 정기주총을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건전성 악화 문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의 킥스비율은 신계약 유입 및 후순위채 발행에도 불구하고, 제도 강화와 시장금리 변동 영향이 더 커 하락했다”며 “지난 몇 년간 현대해상이 강화한 사업비율 개선 및 언더라이팅 강화 등의 노력이 올해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당분간 자본력 개선 강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정준섭 NH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보다 배당가능 이익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며 “신계약의 탄력적인 조정, 자산 유동화를 통한 비금리부 자산의 미실현이익 축소 등을 통해 적정 자본비율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배당가능 이익을 확보하게 된다면, 상위사(삼성화재·DB손해보험·삼성생명)와의 밸류에이션 갭 축소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배당가능이익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인해, 하위 보험사(현대해상·한화손보·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의 올해 PBR은 0.2~0.3배로 상위 보험사(0.5~0.8배)보다 저평가받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전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킥스비율만 개선된다면,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킥스비율 19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대비 80% 조정하기로 했다. 해당 킥스비율은 2026년 180%, 2027년 170%로 매년 10%포인트씩 낮아져, 2029년에는 150% 수준으로 조정된다.
보험 회사들이 업계차원에서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제도 개선 시 현대해상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현대해상)
이석현 대표이사 내정자는 1969년생으로 기존 조용일 부회장(1958년생), 이성재 사장(1960년생)보다 열 살가량 젊어 현대해상이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일가를 제외한 최연소 전무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해상에 입사한 이후 기획실장, 경영기획본부장, 자동차업무본부장, 자동차보험부문장들을 역임해 경영기획, 개인영업, 자동차보험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부터는 장기보험 부문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CPC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 내정자를 회사 위기의 구원투수로 내정했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은 "금리를 비롯한 불확실한 외부 상황과 건전성 부담이 가중되는 제도변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이 신임 대표를 내정함으로써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경영체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