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상장사의 임원 보수한도 결의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남양유업 이사 보수한도 결의 취소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한도 결의에 참여하는 '셀프 찬성'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4일 주장했다.
현행 상법 제368조 제3항에 따르면, 주주총회의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규정은 일반적으로 임원(이사, 감사)의 보수한도 결의 안건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실무에서는 대부분의 상장사가 임원인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고 행사해 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 [사진=포럼 제공]
경제개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LG, 경동나비엔, 아이에스동서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상장사가 임원인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지 않고 보수한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경우,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보수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해져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논란이 커진 계기는 남양유업의 ‘이사 보수한도 결의 취소’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올해 1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다. 해당 판결에서는 남양유업의 전 회장이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상법 제368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즉, 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한도를 결정하는 ‘셀프 찬성’은 무효라는 것이다.
해당 판결은 1심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2심에서도 이를 확인한 첫 사례로 주목받는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이미 2심까지 동일한 판결이 나온 만큼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는 모든 상장사가 상법 제368조 제3항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해상충이 있는 경우 당연히 표결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주식보상안 표결에서도 머스크는 표결에서 제외됐으며, 소수주주들끼리만 투표를 진행하는 ‘majority of minority’ 방식이 적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은 해당 보상안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이사회에서 머스크의 보상안을 결의한 이사들이 독립적이지 않았으며, 주주총회 전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머스크가 표결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이해상충까지 고려해 법원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직 이러한 수준의 규제 적용이 미비한 상황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보수를 주주가치와 연동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보수한도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이번 3월 주주총회부터는 모든 상장사가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를 결의할 때 상법 제368조 제3항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