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에 인삼공사를 사겠다는 FCP...업계는 속내 의심

FCP, 인삼공사 1.9조 인수 의향 밝혀
이상현 대표, 과거 더페이스샵·캡스 엑시트 성공 신화 써
업계 “FCP, 인삼공사 인수 가능성 희박”

김나경 승인 2024.10.18 17:28 | 최종 수정 2024.10.18 17:32 의견 0

지난 2년간 KT&G 주주행동에 힘쓰던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 이하 FCP)가 KT&G의 완전자회사 KGC인삼공사 지분 전부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폭탄 발표했다.

다만, 업계는 FCP가 KGC인삼공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점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lashlight Capital Partners, 이하 FCP)는 지난 14일 KT&G의 완전자회사 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 FCP, KT&G 주주행동 2년의 역사

FCP는 2년여간 지속적으로 KT&G 주주행동을 이어온 사모펀드다.

FCP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KT&G 시가총액은 현금성자산과 자회사 가치를 합한 것보다도 작다. 10년간 주가가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주주행동의 계기에 대해 “KT&G의 (ESG를 개선하면 주가가 상승할) 잠재력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첫 주주행동은 지난 2022년 10월 FCP가 운용하는 펀드 아그네스(AGNES)의 주주제안서 발송이었다.

이에 따라 FCP는 2023년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 ▲현금배당 1만원 ▲분기배당 신설 ▲자사주 취득 및 소각 ▲평가보상위원회 규정 개정 및 신설 ▲차석용·황우진 사외이사 선임 등을 놓고 표 대결을 펼쳤다.

FPC는 주총에서 분기배당 신설을 가결시켰으며, KT&G는 보통주 1주당 2023년 사업연도 중간배당 1200원, 결산배당 5000원, 2024 사업연도 중간배당 1200원을 실시했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는 이상현 FCP 대표가 직접 KT&G 이사회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중소기업은행이 사외이사로 손동환 후보를 추천하자 소액주주의 표가 분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진 사퇴했다.

◆ FCP의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염원

FCP는 KT&G 주주행동을 시작할 때부터 KGC인삼공사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FCP는 지난 2022년 10월 유튜브 공식채널에 ‘EP 03. 인삼에게 자유를’이라는 영상을 게재해 “인삼은 메이드인 코리아로 알려져 있지만, 수출은 매출의 20%도 되지 않는다. 담배와 인삼은 완전 다른 사업이다. KGC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해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FCP가 추산한 KGC인삼공사의 에비타(EBITDA)는 1770억원, 기업가치는 약 4조원이다.

하지만 방경만 KT&G 대표이사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3대 핵심사업(해외 궐련·NGP·건강기능식품)을 성장 발판 삼아 글로벌 탑티어(최상급)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하며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을 거절하는 뜻을 전했다.

이에 FCP는 아예 KGC인삼공사를 자신들이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FCP 관계자는 “KGC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하면 (KT&G와 같은) 주인 없는 회사인 것은 똑같다. KGC인삼공사 매각으로 KT&G에 현금이 유입되면 KT&G 주주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현 FCP 대표. (사진=FCP)

이상현 FCP 대표는 과거 투자 기업 지분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앞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지사 대표 시절인 2005년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800억원에 인수한 후, 5년 만인 2010년 해당 지분을 LG생활건강에 약 2400억원에 매각해 1600억원 수준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어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 대표는 지난 2014년 ADT캡스 코리아를 2조6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팔아치우며 약 9000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업계는 FCP의 KGC인삼공사 인수 가능성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홍콩계 투자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FCP의 보도자료 직후 보고서를 통해 “(KT&G가) 인수 제안에 응답할 의무도 없고, 수용할 가능성도 작다”며 “FCP가 상장도 되지 않았고 매각 계획도 전혀 없는 인삼공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인 만큼, 거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FCP가 인수자금을 지불할 충분한 자본이 있거나 인수 진정성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업계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FCP가 KGC인삼공사를 분리상장하면 큰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믿고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업계 의견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KT&G는 공식입장을 통해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KT&G는 “이번 FCP측의 KGC인삼공사 인수 제안은 회사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된 것으로, 향후 제안 서신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겠다”면서도 “참고로 KT&G는 KGC인삼공사가 영위하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NGP, 글로벌CC(해외궐련)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미래계획을 지난해 발표했으며, 목표달성에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다”며 맥락을 통해 거절 의사를 전했다.

KT&G 관계자는 “FCP는 인수 의사에 대해 KT&G에 사전에 알린 바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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