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개발을 꿈꾸는 비상장사 아리바이오가 반칙적인 우회상장 시도로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정황이 포착된다. 소룩스는 자산과 매출액이 아리바이오보다 커 우회상장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합병신고서에서 소룩스의 자산가치는 아리바이오보다 적었다. 아리바이오의 수익가치 평가는 8개월만에 50% 넘게 증가히기도 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와 비상장사 아리바이오의 합병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해당 신고서 효력을 정지시켰다. 소룩스는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하며, 제출하지 않으면 합병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번 합병은 기술평가 특례상장에 3차례 고배를 마신 아리바이오가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소룩스는 “합병 발표 이후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심사를 통하여 소룩스의 아리바이오 흡수합병이 우회상장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년도 말 기준으로 소룩스는 이미 자산과 매출액에서 아리바이오와 비교하여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 만으로도 우회상장에 해당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리바이오의 수익가치가 부풀려진 정황이 포착됐다. 외부평가기관인 이촌회계법인은 아리바이오의 수익가치를 지난해 12월에는 7396억원으로 평가했으나, 이번 합병 증권신고서에서는 1조1029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통상 우회상장을 하려는 비상장 기업은 매출과 순이익 등이 적어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 경우 상장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우회상장을 시도한다. 이때 비상장 기업은 합병 후 소멸하므로 수익가치 추정치의 사후 확인이 어려워 수익가치를 부풀리더라도 추후 제재가 어렵다.
여기에 합병 후 회사 이름을 비상장회사로 바꿔버리면 실질적으로는 비상장회사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하는 셈이 된다.
이번 합병 역시 합병 후 존속기업은 소룩스로 남지만 사명은 아리바이오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가 소룩스 경영권을 획득한 방법도 사실상 ‘자기거래’의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총 400억원을 투입해 소룩스의 최대주주(지분율 25.69%)가 됐다. 김복덕 전 소룩스 대표의 주식을 300억원에 인수하고 100억원 규모의 소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소룩스 역시 아리바이오 지분 9.96%를 인수했다. 여기에는 226억원 규모의 정재준 대표 소유 아리바이오 지분도 포함됐다.
이후 정 대표는 소룩스를 통해 추가로 투입 자금을 회수했다.
최대주주가 된 후 곧이어 소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정 대표는 임원 6명을 새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했다.
이후 소룩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정재준 대표의 아리바이오 지분을 279억원에 매입했다.
결국 정재준 대표는 소룩스의 회삿돈으로 소룩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으며, 오히려 205억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아리바이오는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리바이오는 미국, 한국, 영국, EU 7개국, 중국 등 총 11개국 200여 곳의 임상센터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150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치매 신약 ‘AR1001’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AR1001’은 정 대표가 SK케미칼에서 신약 개발 자문역할을 하던 시절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발견해 2010년 10월 아리바이오를 설립해 이듬해 3월 기술이전을 해온 약물이다.
아리바이오는 화장품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등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계획서(IND)를 신청하고 임상 2상에 돌입했던 2017년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치매 치료제인만큼 성공 불확실성도 크다.
앞서 2003년 세계 최초 치매치료제로 등장했지만 올해 판매가 중단된 아이오젠의 ‘아두헬름’은 치매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아두헬름’은 뇌부종과 미세뇌출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뿐 아니라 치료 후 사망한 환자 사례까지 있어 안전성 논란이 있어 왔으며, 2021년 아두헬름을 가속승인했던 FDA 역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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