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외면에 뿔난 호전실업 소액주주, 블록딜 으름장

주가, 공모가 대비 3분의 1토막
임총 소집청구서 제출
연대 “임총 전 블록딜 생각 있어”

김나경 승인 2024.09.03 15:05 의견 0
(사진=호전실업)

호전실업 소액주주연대가 강경한 주주행동에 나섰다. 주주환원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은 물론, 연대 지분을 블록딜 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호전실업 주가는 2017년 상장 이후 70% 넘게 폭락한 상태다. 연대는 회사가 주가 부양에 소홀했으며, 주주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아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호전실업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23일 회사 측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서를 전달했다. 연대는 주주총회 소집 이유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금 증액 △대표이사 급여 삭감 △감사 선임 등을 제시했다.

소집청구에 동참한 주주 지분율은 8.8%(85만8186주)다. 연대는 주주행동에 동참하는 주주들의 지분율을 15% 정도로 추정했다.

회사 측은 임총 소집청구서를 받은 후 연대 측에 임총 소집 철회 조건을 물었으며, 연대는 조건으로 △기 보유 자사주(5.10%) 전량 소각(담보 자사주의 경우 해당 보유 자사주만큼 매입 후 소각) △올 3분기 배당 가능 이익 50% 특별배당 △대표이사 급여 삭감 및 향후 3년간 상여금 미지급 △연간 순이익 20% 배당을 답한 상태다.

연대 관계자는 “경쟁사(영원무역, 한세실업 등)와 사모펀드 등에 보유 지분을 블록딜(일괄 매각) 하는 방안과 관계사 및 공공기관에 회사의 부실한 ESG 상황을 고발하는 투서를 보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임시주총 전에도 조건만 맞는다면 블록딜 생각이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소액주주연대가 주주행동에 나선 이유는 회사가 주가부양에 소홀했으며,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일 이 회사 주식은 공모가 2만5000원 대비 70.8% 떨어진 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7년 2월 상장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결과다.

연대 관계자는 “호전실업 주가수익비율(PER)은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꼴찌”라며 “올해 초 10~15명의 주주가 모여 사측과 대화를 시작했다. 회사는 (주주들의 주주환원 요구에) 1분기에 자사주 매입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내 2분기, 3분기, 10월로 주주환원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와의 대화에서 호전실업이 의류제조 시스템 인공지능(AI) 모델 특허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좋은 호재를 홍보해 (주가 부양에 힘쓰지 않아) 화가 났다. 지난 4월에 매월 1~2회 홍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달 둘째 주가 지날 때까지 홍보는 없었다”며 “주주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호전실업은 곧 대주주 일가 내 승계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박용철 회장의 현재 나이는 80세이며, 지난 6월 말 기준 박 회장의 지분율은 17.65%다.

이에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 누르기를 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상장사의 경우 상속일 전·후 2개월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주환원 자금은 충분한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유보율은 3219.69%다.

유보율이란 기업이 자본금 대비 얼마의 잉여금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로 100%는 기업이 자본금의 1배 되는 양을 잉여금으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유보율이 높으면 신규사업 시 차입하지 않아도 돼 재무건전성과 안전성이 담보되나, 지나치게 높을 경우 투자나 배당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전실업의 지난해 결산배당액은 보통주 1주당 300원으로 배당성향은 16.10%다. 2018년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은 하지 않고 있다.

주주연대는 주주환원은 적은 반면, 회장의 보수는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연대는 임시주총 소집청구서를 통해 “박 회장은 작년에 14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 이 중 9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상여금”이라며 “회사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하락했음에도 급여의 약 2배에 달하는 상여금을 수령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호전실업은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한 <주주경제신문>의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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