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상장 기업이 여전히 소수인 가운데 LG를 필두로 10대 그룹의 밸류업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10대 그룹의 참여로 밸류업 동참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그룹(삼성·LG·SK·포스코·현대차·한화·HD현대·GS·롯데·신세계) 중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한 그룹은 현대차·LG·포스코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지난 29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올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고 안내공시했다.
아울러 핵심 계열사인 LG화학과 LG전자 주식을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향후 2회에 걸쳐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한 뒤 30일 이내에 장내에서 각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계열사 지분 매입을 두고 업계에선 LG그룹이 밸류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대규모 투자와 함께 밸류업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총주주환원율(TSR) 개념을 도입해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총주주환원율 3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주주환원율 대비 최소 10%포인트를 높인 수준이다. 또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12%로 목표를 내세웠다.
현행 분기 배당액을 주당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늘리고 올해 연간 배당액도 최소 1만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3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또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올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고 안내공시했다.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상장사들이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하게 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동참한 기업은 소수에 그친다.
전체 상장사 2594곳의 밸류업 공시를 하거나 예고를 한 기업은 1% 수준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밸류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음에 따라 10대 그룹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참여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밸류업 공시는 패널티가 없고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기득권을 일정 내려놓는다고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책도 충분하지 않다 보니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 정책이기 때문에 이익이 어느정도 나오는 4분기 내지 내년 1분기가 되면 밸류업 공시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담하게 될 모멘텀으로는 두 가지가 남아있다.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와 세제 혜택 확정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9월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고 지난 2월 밝힌 바 있다.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을 기준으로 기업을 편입할 예정이다.
앞서 발표된 일본의 'JPX 프라임 150지수'는 일본 프라임 시장 시가총액 상위 500개 종목 중 자본 수익성이 높은 종목 75개, 시장평가 수익성이 높은 종목 75개를 추려 종목을 구성했다.
정부는 밸류업 참여기업에 대해 상속세 완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법인세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야당의 반대로 입법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10대 그룹들의 밸류업 공시가 이어지면서 참여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시총 상위 기업들의 참여로 다른 기업들도 이를 따라 공시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10대 그룹들의 참여는 일차적으로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식 확산을 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들의 참여로 일정부분 밸류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코스닥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연구원은 "10대 그룹은 상장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가령 LG그룹의 경우 지주사 LG가 밸류업 공시를 한다고 LG화학과 LG전자가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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