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가 마일리지좌석 못 늘리는 이유

코로나19 영향으로 양사 이연수익 증가
부채 인식...합병 전 부담 줄일 필요
쇼핑몰 등 마일리지 사용 유도...소비자 불만 제기
"좌석 확보 어려워" vs "코로나 이전보다 많이 배정"

박소연 승인 2024.09.26 17:30 의견 0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 소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적체된 마일리지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항공사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양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올 6월 말 현재 대한항공 2조527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758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이연수익을 합하면 총 3조5036억원에 달한다.

이연수익은 항공사가 미리 받은 수익 중에서 아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부분을 말한다. 실제로 비행이 완료되었을 때 그 수익을 인식하게 된다. 마일리지 역시 이연수익으로 보고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한 후 마일리지 소진 시 회계처리 한다.

미사용 마일리지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한 고객이 늘면서 급증했다.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019년 2조2335억원에서 13.2%, 아시아나항공은 8053억원에서 21.2%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가 원래 10년이라는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되어야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3년간 마일리지 소멸을 유예했다. 이 기간 여행이 어려웠기 때문에 마일리지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엔데믹 이후 마일리지 사용 수요가 폭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 막바지 단계에 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와 미국 법무부(DOJ)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르면 경쟁당국으로부터 연내 최종 합병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업결합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 형태로 2년간 독립 운영하며, 이후 통합 항공사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으로 이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양사 통합 이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를 덜어낼 필요가 있다. 양사는 마일리지 소진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일 마일리지 쇼핑몰 'OZ마일샵'을 열었다. 아시아나클럽 회원들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약 60여개의 제휴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기존 제휴 상품인 CGV 영화관람권, 에버랜드 입장권 등을 비롯해 리조트 숙박권부터 소형가전, 생활용품 및 뷰티용품까지 새로운 상품이 다수 추가돼 다양성을 높였고 아시아나항공은 설명했다.

기존에는 아시아나클럽 회원들이 각 제휴사 사이트에 방문해 상품을 구매해야 했던 것과 달리 ‘OZ 마일샵’에서는 모든 제휴상품 구매가 한 곳에서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소액 마일리지 보유회원을 위한 저가 상품부터 고액 마일리지 보유회원을 위한 고가 상품까지 폭넓게 준비하여 회원들의 편의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종 업계 브랜드와의 컬래버 상품 기획을 추진하고, 아시아나항공 색동크루 캐릭터 굿즈 등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마일리지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승객들' [이미지 편집=박소연 기자]

이와 같은 개선에도 아시아나항공 고객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종 여행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사용물 전부 솔드아웃인데 쓰고 싶어도 못쓰게 해놓고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대체 수량을 몇 개씩 지정해 놓은 것이냐", "마일리지 사용을 못 쓰게 해서 결국 자연 소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실제 26일 기준 OZ마일샵의 56개 중 3개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품절이었다. 판매 중인 물품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상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당 15원 정도, 아시아나항공은 11~12원 정도의 가치로 평가된다.

OZ마일샵에서 판매 중인 프롬들 유기농 리얼 레몬즙 100% 20G*14포 제품은 3200마일(약 35200원)에 구매 가능하다. 타 사이트에선 동일제품을 2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항공 서비스도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부터 마일리지 공제 금액을 높였다. 한국~미주·유럽 구간의 경우 이코노미 스마티움 승격 시 공제되는 마일리지를 2000마일 올렸다. 엑스트라 레그룸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할 대 공제되는 마일리지도 1000~2000점 올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려다 실패했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통해 발권할 수 있는 일등석·비즈니스석 좌석이 체감상 줄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미사용 마일리지 소진 및 고객 편의를 위해 각종 마일리지 사용 제휴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마일리지 쇼핑몰을 통해 회원들의 니즈에 맞춘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추가 구성할 계획이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마일리지를 보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와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보너스 좌석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고려해 보너스 좌석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전체 좌석의 5% 정도의 보너스 좌석을 배정해 왔는데, 최근에는 그 이상으로 보너스 좌석을 배정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마일리지 좌석 확대이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수익성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일리지 좌석 확대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적체된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 항공사들은 쇼핑몰 등 여러 방식으로 사용하게끔 유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마일리지를 기반으로 항공사의 여객에 사용하겠다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가 소비자의 니즈는 파악하고 있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기존 유상으로 판매되는 좌석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전환할 경우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마일리지 좌석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이상적인 것은 소진이 안 된 판매 좌석이 있을 때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시스템·제도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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