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산수 틀렸다?...최태원 회장 "내 재산기여 10배 부풀려져"

최 회장 법률 대리인과 SK 경영진, 17일 기자회견
“SK C&C 주식 가치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
"재산 분할 비율 확정에 결정적 영향 미친 사안”

김선엽 승인 2024.06.17 11:40 의견 0

최태원 SK 회장 측이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조 단위 재산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17일 밝혔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6공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해왔으나, 구체적 판결 내용의 오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재판 현안 관련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밝혔다.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을 잘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되었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한텔레콤(현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로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 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2007년 3월 1:20 비율, 2009년 4월 1:2.5 비율로 액면분할하며 최초 대비 1:50 비율로 가액이 축소됐다.

문제는 항소심 재판부가 ①1994년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②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5월 주당 100원, ③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한 점이다.

최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재산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최 회장이 이를 얼마나 더 키웠는가가 이 재판에서 중요한데 최 회장이 상속받은 재산가액을 재판부가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날 청현 회계법인 한상달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는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며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함으로써 약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을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다른 기여분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사실상 SK㈜ 주식의 가치 성장이 재산 분할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러한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100원→1,000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최 회장 법률 대리인의 설명이다.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1배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음은 판결문 중 일부다.

“SK C&C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친 후 2009. 11.경 상장을 완료하였는데, 원고가 보유하던 SK C&C 주식의 가치는 1994. 11. 20.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당시 8원에서 상장 당시인 2009. 11.경 35,650원으로 4,445배 상승하였고, 이는 최종현 사망 당시에 근접한 1998. 5. 13.경 주당 100원에 비해서도 약 355배 상승한 것이다.” <판결등본 110p>

“원고가 보유하던 SK C&C 주식의 가치가 1994. 11. 20. 원고가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당시 1주당 8원에서 최종현이 사망한 1998년경 1주당 100원으로 상승한 다음, SK C&C 주식 상장시점인 2009. 11.경에는 1주당 35,560원으로 상승하였고…(이하 생략)”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재산 분할 판단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숫자에 결함이 있는 만큼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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