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하반기 강도 높은 구조조정"...키맨은 최창원

투자 성과 창출 못 하는 가운데 IPO도 주춤
최근 수 년 간 과감한 확장...순차입금 83조
최창원 지휘로 중복 사업 과감하게 정리할 듯

김선엽 승인 2024.05.17 15:43 의견 0

SK그룹이 올 하반기 계열사간 관련 사업의 통합, 일원화, 추진 중단 등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최창원 의장이 구조조정의 밑그림과 함께 구조조정의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이후 반도체부문의 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배터리, 수소, 재생에너지, 환경 등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관련 투자를 통해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전환과 성장성 제고에 주력하였다"고 운을 뗐다.

한신평은 이어 "하지만, 반도체부문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주요 신규 사업의 투자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며, 특히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에너지전환 사업에서 가시적인 투자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한신평>

◆ 투자 성과 창출 못 하는 가운데 IPO도 주춤

한신평은 이어 "주요 계열사들의 IPO를 통한 투자자금 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계열 전반에서 영업창출 현금을 상회하는 투자지출로 SK그룹의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3조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순차입금/EBITDA도 4.2배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SK그룹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50조원이 넘는 현금 부족에 맞닥뜨렸으며 이 중 36조는 외부차입으로, 17조원은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요 신규 사업의 투자성과는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에너지전환 사업에서 가시적인 투자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0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SK온은 설립 이후 2023년까지연결기준 약 15조원의 자본적지출(CAPEX)가 투입되었다. 설립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2024년 1분기에도 영업적자가 3315억원으로 확대되었다.

SK온의 당초 계획 대비 손익분기점 실현과 실질적인 이익 창출이 크게 지연되는 양상이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SK그룹 제공>

수소, 에너지솔루션 등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에도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2024년 4월 SKE&S가 연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하는 등 수소사업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2021년 SK㈜와 SK E&S가 약 16억USD(약 2조원)를 투자한 미국 수소기업 Plug
Power, 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싱가포르 소재 전자전기폐기물 재활용업체 SK 테스 등 다수의 신규 사업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하거나,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수소, 에너지솔루션 등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에도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2024년 4월 SK E&S가 연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하는 등 수소사업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한신평은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ESG 및 에너지전환 관련 사업은 산업 성장의 초기 단계로 사업성과 예측이 어렵고 본격적인 수익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다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지만, 수요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지위 확보 목적의 선제적인 투자는 그룹 전반의 수익구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코로나 기간 공격적 경영 부메랑...순차입금 83조

이처럼 SK그룹 전반의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와 투자지출 대비 부진한 투자성과로 인해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의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3조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순차입금/EBITDA도 4.2배로 상승했다.

통신을 제외한 계열 부문 전반에서 영업창출 현금을 상회하는 투자지출로 자금 부족과 외부차입 기조가 심화됐다.

<자료=한신평>

특히, 그룹의 투자가 집중된 배터리 사업(SK온,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확대되었으며, 환경ㆍ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SK에코플랜트와 투자형 지주회사인 SK㈜도 상당한 수준의 지분투자로 외부차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반도체부문(SK하이닉스, SK실트론)의 경우 영업창출 현금이 크게 축소된 2023년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CAPEX 투자와 재고누적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2023년 말 순차입금이 약 26조원까지 상승했다.

반면, 기업 상장(이하 ‘IPO’) 등을 통한 투자자금 회수는 지연되는 양상이다.

2020~2021년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리츠, SKIET 등 계열사들의 잇따른 IPO 이후 2022년부터는 신규 사업의 영업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내 자본조달 여건이 저하됨에 따라 11번가, SK에코플랜트 등의 IPO가 당초 계획된 일정 대비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SK온의 상장 시점에도 일부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다.

한신평은 "SK온, SK에코플랜트 등은 전환우선주 등 기존자본성 자금조달의 투자자들과 IPO와 연계한 약정을 체결하고 있어 향후 IPO의 최종 성사 시점, 기업가치 등이 재무구조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한신평>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지난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부임한 가운데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신평은 "계열사별로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자본조달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2024년 하반기 이후 계열 차원의 사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SK그룹 경영진들은 최 의장 주재로 열린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음 달에는 '2024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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