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 2차 경영분쟁 …광물 캔다더니 레모나 인수?

엔데믹 여파로 적자 전환
11년 적자기업 블레이드 기습 인수
1년 새 유보금 747억원 증발
리튬광구사업 추가 800억 투자 예상돼

김나경 승인 2024.06.17 06:00 | 최종 수정 2024.06.17 06:26 의견 0

휴마시스에 재차 전운이 감돈다. 소액주주연대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해 상장폐지를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적자기업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기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연대는 공개매수 및 해산 청구의 소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주주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위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이날 기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모인 휴마시스 지분은 10.75%다. 연대 측은 원활한 임총 소집을 위해 락업(일정기간 주식 매매 금지)을 진행 중이며 현재 락업된 주식 수는 200만 주가량이다.

지난달 말 기준 휴마시스 최대주주인 아티스트 및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은 13.38%다.

연대 관계자는 “임총을 통해 남궁견 회장 측 이사를 모두 해임하고 연대 측 인사를 이사진으로 올릴 계획이다. 유보금 등을 활용해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를 올려 공개매수가를 높인 후 상장폐지할 예정”이라며 “다른 방향으로 ‘해산 청구의 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휴마시스 주가는 최근 1년간 1000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7일과 10일 두 차례 남궁견이 회장으로 있는 판타지오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

휴마시스에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유는 적자전환으로 주가 하락이 장기화된 데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까지 바닥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건은 휴마시스의 기습적인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인수다.

연대 관계자는 “주주간담회에서 광물사업에 대해서만 설명한 이후 갑자기 경남제약을 비싸게 인수했다. 경남제약은 유상증자와 CB(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점철된 불량회사다. 광물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억누른 격”이라며 “이렇게 되면 1년 후쯤 휴마시스에 남은 유보금은 없을 것이며 유보금이 떨어지면 유상증자와 사업 분할 후 매각과 같이 회사를 찢어 팔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마시스 최대주주는 지난해 2월 아티스트로 전환됐다. 아티스트는 당시 최대주주였던 차정학 전 대표의 보유 지분 259만3814주를 총 650억원에 매입했다.

아티스트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진 사람은 인수·합병(M&A)계 큰 손으로 유명한 남궁견 미래아이앤지 회장이다. 남궁 회장은 비상장 기업 엑스의 대표이사이며 엑스는 미래아이앤지의 최대주주이고, 미래아이앤지가 설립한 회사가 바로 아티스트다. 과거 남궁 회장은 세종로봇, 에이치원바이오, 디에이치패션, 에스비엠 등 적자 상장사를 인수해 ▲인수 ▲감자·상장폐지 ▲유상증자 ▲매각·재상장하는 방식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마시스는 아티스트에 인수된 후 지난해 3월과 올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출자, 광물생산업 등 11개 사업목적을 정관에 추가했다.

코로나19 수혜 기간이 끝나며 지난해 실적이 적자 전환됐지만 3677억원이라는 막대한 유보금이 있어 신사업 추진이 가능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38억원으로 직전연도(4713억원) 대비 97%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됐다.

휴마시스는 체외진단키트 제조에서 리튬 광구 개발로 파격적인 사업 변화를 시도했다.

회사는 지난 3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현지법인 휴마시스마인솔루션을 설립했으며 현재 휴마시스마인솔루션 지분 100%의 마테베레랜드사우스주 광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현지기업과 합작투자회사도 준비 중이다. 예상 지분구조는 휴마시스 85%, 현지기업 15%로 총면적 6000헥타르(약 1815만 평)에 이르는 광구 2개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휴마시스는 탐사·개발비를 담당한다.

사업 단계는 ‘기초탐사(자력탐사/방사선조사)→정밀탐사(트렌치/시추) →개발/생산→가공→판매’이며 가공시설을 포함한 1단계 투자 규모는 5000만~6000만달러(약 688억원~826억원)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느닷없이 엔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동병상련의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휴마시스는 지난달 21일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지분 34.80%를 48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획득했다.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는 남성용 콘돔과 의약외품 및 마스크, 필터 생산과 NFT,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줄곧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겪고 있으며, 주요 자회사인 경남제약 역시 2019년 이후 적자상태다.

불안한 행보 속에 휴마시스 유보금은 2022년 12월 말 약 3677억원에서 올 3월 말 2930억원으로 747억원이상 사라진 상태다.

연대 관계자는 “주식회사면 주주들에게 IR(기업활동) 등을 통해 투명한 유보금 사용처를 설명해야 한다.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인수는 공식적인 IR 및 어떠한 예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휴마시스는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추후 광물사업 관련해 단계에 따라 IR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휴마시스는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원료광물 중 하나인 리튬 확보를 위해 짐바브웨 리튬 포텐셜 지역의 현지 탐사를 진행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회사는 짐바브웨 현지법인인 휴마시스마인솔루션을 설립했으며 현지에서 기본 조사의 일환인 노두조사와 샘플분석 등을 통한 유망 대상광구 확보를 위한 조사작업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휴마시스 김성곤 대표와 전문통역사, 광산개발 엔지니어 및 현지 지질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임직원들이 짐바브웨에 체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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