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필마 강성부, 적진에서 '주주보호'를 외치다

26일 경제단체 주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열려
"경영권 방어? 소방수가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사법부가 주주보호 인정 안 해...입법부가 나서야"

김선엽 승인 2024.06.26 17:41 | 최종 수정 2024.06.27 13:09 의견 0

강성부 KCGI 대표가 경제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지배구조 개선의 올바른 방향을 두고 20여분간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인 강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10명이 넘는 참석자 중 거의 유일하게 주주보호 상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가졌다.

그는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논의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사법부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입법론적인 해결이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26일 오전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강 대표는 "나도 지금 주식회사의 지배주주지만 진짜 이대로 한국 주식시장 내버려두면 큰일 난다. 모두 같이 다 죽는다. 30년 전 일본이 그랬듯이 똑같이 될 거다라는 위기의식을 나 스스로 느낀다"고 말하며 포문을 열었다.

26일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 패널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선엽 기자]

그는 이어 경영권 방어 수단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문제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지금 우리가 이 밸류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왜 하는가"라며 "하도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떠나고 국장에 투자하면 바보다라는 소리 듣고 그런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비해 같은 PBR 밸류의 4분의 1도 평가를 못 받는 상황이고 국내 기업들 중 65%가 PBR 1배 미만이고 이는 당장 청산하는 게 더 낫다라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또 "기업의 44%가 PBR 0.6배 미만이니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너무 심하니까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자고 한 거 아닌가"라며 "근데 경영권 방어 수단과 이사의 배임 면책권을 부여해야 된다라는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강 대표는 "불 끄라고 소방수를 투입했더니 그 소방수가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심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열심히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4가지를 개선해야 된다고 밝혔다.

하나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다.

세 번째로 상속 증여세를 지금의 절반으로 낮추고 네번째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제안했다.

강 대표는 또한 "이사의 충실 의무에 당연히 주주를 포함시키는 것이 전 세계 제도들의 공통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지 않다"며 "사법부가 작동을 안 하니 입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요국의 회사법에서 이사 충신 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속 이런 사실과 다른 말을 반복해서 국민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본부장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 본부장은 "기업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과학적·실증적이지 않은 감성적 호소이며, 개인 주주의 감성에 호소하는 주장이 정책이 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 개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자금이 우리 주식시장에 보다 많이 유입되고, 미국 등 외국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국내 자금이 돌아오는 것이 필요한데, 외국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이사의 의무 개정 논의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다만 정교수는 “충실의무 규정은 일반규정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에서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라며, “충실의무 규정이 도입되면 모든 일반주주 보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거나, 회사의 정당한 경영에 장애가 발생하고 이사들이 부당한 책임을 부담할 것이라는 서로 다른 분석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정 교수는 “상법 개정이 구체적 상황별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M&A와 같이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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