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배구조 SK ③] 선택과 집중…무엇을 버릴 것인가

배터리·반도체 투자 포기 못 해
SKC, 필름·화학 사업 정리
SK이노, 자본성 자금조달에 주유소까지 팔아
SK E&S, 자회사 상폐 후 폭탄 배당
친환경 사업까지 매물로 나와
28일 수펙스에서 지배구조 개편 확정될 듯

김나경 승인 2024.06.16 08:00 의견 0

[편집자주] 단지 총수의 이혼 재판이 문제가 아니다. SK그룹이 올 하반기 계열사 사업 통합, 일원화, 추진 중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까지 올라섰던 SK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어떤 승부수로 위기를 돌파할지 자본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SK의 성장부터 사업확장, 지배구조 성립과정 그리고 위기의 원인까지 주주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2022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저금리 10년간 지속됐던 부채성 자금조달 시대가 막을 내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주식시장까지 침체되며 자본성 자금조달도 어려워졌다.

SK그룹은 비주력 사업 매각 등을 통해 버티기에 돌입했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다.

SK그룹 관계자는 "AI의 시대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와 있고 넷제로라든지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는 생각보다 더디게 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최태원 회장이 이혼자금으로 1조3808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지며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속적으로 계열사 매각을 통한 투자금 확보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SK넥실리스, SK실트론 등 다수 계열사가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SK그룹 지배구조. (사진=한국신용평가)

◆ SKC 주도로 비주력 사업 매각

SK그룹은 2020년부터 현금 마련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비주력 사업 매각을 주도한 곳은 계열사 SKC다. 전통적인 필름·화학 사업을 정리하고 동박사업으로 전환을 꾀했다.

SKC는 2019년 말 코오롱과의 합작사 SKC코오롱PI지분 전량(27.03%)을 글랜우드 프라이빗 에쿼티(PE)에 팔아 약 3040억원을 마련했다.

이어 2022년 6월에는 아예 필름사업부 자체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2월에는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문 일체를 3600억원을 받고 한앤컴퍼니에 팔았으며, 4월에는 폴리우레탄(PU) 원료 제조 기업인 자회사 SK피유코어 지분 100%를 글랜우드PE에 넘기며 4024억원을 마련했다.

SK스퀘어도 현금 확보에 동참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7월 SK쉴더스(구 ADT캡스) 지분 일부를 8600억원에 스웨덴 발렌베리가 투자회사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 SK이노베이션, SK온 투자금 마련 전력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SK온 투자를 전담하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전방위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섰다. SK온은 창립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4월 윤활유 생산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으로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지분 100% 가운데 40%를 IMM PE에 매각했으며 5년 내 6%에 가까운 수익률로 상장하는 조건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자회사 SKIET 상장을 통해 1조3476억원을 충당했다.

이어 6월에는 또 다른 자회사 SK에너지의 직영 주유소 116곳을 전부 매각해 7638억원을 마련했다. 매각 상대는 SK리츠 자회사 클린에너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로 SK에너지는 매각한 주유소 부지를 임차해 쓰기로 했다.

◆ SK E&S, 알짜회사 상폐 후 배당금↑…건물도 팔아치워

자회사 상장폐지 후 폭탄 배당으로 현금을 마련한 계열사도 있다.

SK E&S는 2022년 1월 자회사 부산도시가스 주식을 공개매수해 상장폐지 시킨 후, 100억원 수준인 배당금을 48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 배당금은 공개매수로 부산도시가스 지분 100%를 확보한 SK E&S 몫이었다.

회사 건물도 내놨다.

부산도시가스는 2022년 10월 부산 남천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대우건설·큐브리얼인베스트·NH투자증권·삼성증권·SK증권 컨소시엄 팔았다. 매각대금은 6328억원이다.

◆ 친환경 사업은 주춤

배터리 캐즘(수요 정체)과 반도체 다운턴, 고금리가 겹치며 재무 상황이 악화되자 신성장 동력으로 점쳤던 친환경 사업까지 매각 대상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미국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이 회사에 약 776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어센드엘리먼츠 몸값은 투자 당시 5000억~6000억원에서 현재 2조원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분 매각을 통해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23일에는 SK머티리얼즈가 발전소 운영업체 넷파워 주식 250만 주(약 340억원)을 매도해 지분율이 15.5%로 1.2%P 떨어졌다. SK머티리얼즈는 2023년 5월 넷파워에 약 660억원을 투자했다.

SK그룹은 오는 28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를 소집해 사업 구조 개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중구난방식으로 한 투자는 없는지, 지정학적 환경이나 통상 질서의 변화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해서 리스크가 제대로 평가됐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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