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집안 싸움에 1.1조 증발 '하이브'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진 갈등...시총 1.1조 증발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 사업 구축...멀티테이블 체제 부작용 우려
재무건정성 우량
증권가 "뉴진스 매출 비중 10% 수준...장기 관점 변화 없어"

박소연 승인 2024.04.30 08:27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국내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사이에 발생한 집안 싸움으로 하이브의 주가가 폭락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날 20만50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기 전인 21일과 비교해 12.14% 하락했다. ​1조1000억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불과 일주일 만에 증발한 셈이다.

​어도어는 지분 80%는 모회사인 하이브가, 18%는 민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는 어도어의 경영진이 보유 중이다. ​

​이번 사태는 기존 엔터사에서 발생하곤 했던 인적자본 리스크와는 유형이 다르다. 기존에는 아티스트의 마약, 열애설 연루 등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프로듀서에 관련된 이슈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22일 뉴진스를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의 민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25일 오전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민 대표는 2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시간에 걸쳐 하이브의 주장에 반박했다. 민 대표는 경영 탈취 의혹에 대해 단순 사담일 뿐이며 오히려 모회사인 하이브가 어도어 소속 아이돌인 뉴진스의 홍보를 방해하고 성과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이브 소속 걸그룹인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도 주장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26일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추가로 하락했다.

​하이브는 30일까지 어도어 이사진에게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이사회를 열라고 요구한 상태다.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의 해임안과 이사진 교체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이미 25일 어도어 이사회 무산을 대비해 임시주총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접수한 상태다.​ 임시주총 개최와 신규 대표 선임 마무리까지는 최소 8~9주가 걸릴 예정이다. ​

​뉴진스가 오는 5월 25일 컴백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활동까지 ​민희진 대표 체제가 유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2020년 상장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격적으로 국내외 레이블(소속사)를 인수하고 사업다각화를 꾀해 몸집을 불렸다.

​현재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최초로 대기업집단 편입을 앞두고 있다. ​

​​하이브는 레이블 영역, 솔루션 영역,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구분하고 있다.

​레이블은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츠 제작을 담당한다. 국내외 하이브 레이블은 11개에 이른다. 주요 소속 가수는 BTS, 세븐핀, 르세라핌, 지코, 뉴진스 등이다.

​​솔루션 영역은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음악에 기반한 공연, 영상 콘텐츠, IP(지식재산),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레이블의 창작 활동을 통해 IP를 키워내고, 소속 아이돌과 공연·영상콘텐츠·게임 등 사업을 전개해 아이피 보유 효과를 내는 구조다. 또한 콘텐츠와 상품은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팬들에게 제공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이브가 멀티테이블 체제를 통해 덩치만 키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하이브의 재무 건전성은 좋은 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우상향 중이며,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2조2178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BTS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장 당시 하이브의 매출은 BTS가 90%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30%대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률 또한 3년 평균 13%를 웃돌았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전년 66.3% 대비 증가한 71.9%를 기록했다. ​총차입금의존도는 ​20.7%를 기록했다. ​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일 경우, 총차입금 의존도는 30% 미만일 경우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본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박지원 하이브 CEO [사진=하이브]

하이브는 박지원 대표이사 CEO가 이끌고 있다.

박 CEO는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넥슨코리아 출신으로 2020년 하이브에 합류했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박 CEO는 지난 23일 사내구성원에게 발송한 메일에서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시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진정성을 갖고 실행해 왔기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착오"라며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을 실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선수 한 마디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 아티스트 라인업 중 뉴진스가 배제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올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내 영향은 10% 아래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2025년에도 영향은 10%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뉴진스 배제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보다는 하이브 내 민희진 배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하이브의 타사 대비 멀티플 프리미엄 부여의 여러 요인 중에는 멀티레이블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며 "결국 단기에 실적적인 부분에서 큰 영향이 확인되진 않겠으나, '민희진 없는 뉴진스'의 퍼포먼스에 대한 확인 과정 중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회사의 장기적인 관점은 변화 없기 때문에 이번 이벤트 또한 멀티레이블 체제의 견고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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