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과열 경쟁으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가운데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한화오션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과거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 관련 사항에 대해 행정처분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KDDX 개념설계를 수행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 기본설계 제안서를 방사청에 제출할 때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도표 등 27건을 도용했고,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을 방사청에 제출하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사안은 방사청의 조사 의뢰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최근 군사기밀보호법상 공소시효(10년) 만료 등을 이유로 불입건 결론을 내린바 있다.

하지만 방사청은 이 조사와 별개로 행정처분을 검토에 나선 상태다. 부정·부당 행위와 계약 불이행, 방산업체로서 청렴의무 위반 등 국가계약법 상에 부정당업자 제재 판단에 대해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을 경우 일정 기간 국가사업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HD현대중공업의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KDXX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한화오션을 둘러싼 행정처분 논란이 사업자 선정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맡았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아 2023년 12월 마쳤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 사는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선도함을 건조한 업체는 건조 실적을 통해 해외 수주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양사 모두 미국 해군 함정의 보수·수리·정비(MRO) 사업 등 특수선 분야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KDDX 사업 수주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청은 오는 24일 KDDX 사업의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 설계·건조 등 사업 방식을 검토 논의하는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분과위)를 개최한다. 분과위에서 사업 방식이 통과하면 오는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1년 넘게 지체돼 온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양사 간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전제로 한화오션이 협력업체로서 상세설계 일부를 맡는 형태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하청으로 참여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양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하고 함께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국가 입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다"며 "현재 KDDX 사업자 선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당업자 행정처분이 나올 경우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관계자는 "개념설계 보고서와 기본설계 제안서 간 일치하는 비밀내용 수록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방사청의 보안심사위원회에서 행정조치 완료된 사항이며, 제3자가 아닌 사업의 발주처이자 이해관계자인 방사청에 제공된 사항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