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추진 중인 동원산업과 동원F&B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두고 기존 주주들 사이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양사 주주들 모두 불만이 야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계열사인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1(동원산업) 대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주식을 지급할 예정이다. 회사는 양사의 주식교환 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주식교환 이후 완전모회사인 동원산업은 주권상장법인으로 유지되고, 완전자회사인 동원F&B는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구 가격은 관련 법령에 따라 동원산업 3만5024원, 동원F&B 3만2131원이다.
양사는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오는 6월 11일(잠정) 개최할 계획이다.
[그래픽=한화투자증권]
그룹 측은 동원F&B의 자회사 편입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외 식품사업을 통합해 그룹 전반의 유기적 성장을 도모하고, 각 사의 전문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원산업은 동원F&B를 포함해 동원홈푸드,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Starkist), 세네갈에 있는 스카사(S.C.A SA) 등 식품 관련 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어 글로벌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지주사다. 지난 2022년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동원F&B는 대표적인 종합식품 기업으로 참치캔, 조미김, 햄, 만두, 유제품, 음료 등 다양한 식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동원참치', '양반김', '리챔', '덴마크우유', '쿨피스' 등이 있다. 특히 동원참치는 국내에서 40년 넘게 참치캔 1위 자리를 고수 중이다.
지주사인 동원산업과 핵심 사업회사인 동원F&B 간에는 기업가치의 괴리가 존재한다.
2024년 말 기준 동원F&B의 PER(주가수익비율)은 5.55배, 동원산업은 24.36배를 기록했다. 각각 1000억원을 벌었을 때 동원 F&B 주가는 5000억으로 평가된 반면, 동원산업은 2조4000억원으로 평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실질 가치에 비해 불리한 비율로 동원F&B 주식을 교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동원산업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 우려가 존재한다. 이번 거래로 동원산업은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지급하게 되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소폭이나마 하락하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동원산업의 발행주식수는 3602만주로 주식수는 12.6% 증가해 희석율은 11.2% 수준이다.
매수청구가조차 낮아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주식매수청구가 동원산업 3만5024원, 동원F&B 3만2131원은 현재 시장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16일 기준 동원산업의 주가는 4만2200원, 동원F&B는 3만6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평균 매입단가가 높은 주주에게 손해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동원산업 주주 입장에선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율과 지배순이익 증가에 따른 이익 증가율이 유사하며, 동원산업-동원F&B 중복 상장에도 동원 F&B의 주주가 되었던 기존 동원 F&B의 주주 입장에서도 뜻하지 않은 동원 산업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측 주주 모두 현재의 상황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측이 계획하는 국내외 식품 사업 통합 및 인수합병(M&A)에 대한 성과는 단기간에 시현될 수 없다"며 "주주에게 기다림을 바래야 하는 상황에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