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원혁 전 LX판토스 대표이사가 내정되면서, 업계에서는 HMM이 LX그룹에 매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로 구성된 HMM 경영진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 복수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거쳐 최 전 대표를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장으로 추천했다.

HMM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상정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최 전 대표는 주총에서 CEO로 선임될 경우 2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최 전 대표는 CJ대한통운 부사장을 거쳐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LX판토스(전신인 판토스 포함)를 이끌었다. 2019∼2023년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을 지냈다.

[그래픽=챗GPT4o]

업계에선 최 대표 선임이 HMM 매각과 맞물린 움직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M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최원혁 대표가 HMM 대표로 온다고해서 LX판토스가 HMM을 인수하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현대차, 포스코, 한화오션 등 대기업들이 인수를 주저하는 상황에선 결국 해운사나 물류회사가 인수해야 한다. 과거 40년간 해운 대기업이 모두 결과가 안좋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영능력이 부족하지만 LX 판토스는 능력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LX판토스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국제물류에서 국내에선 최강자이고 글로벌 해상물동량 6위다"며" "HMM이 아마도 사업 형태를 본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HMM을 인수하기엔 LX판토스의 자금 능력은 부족하다. 2023년 말 기준 LX판토스의 현금성자산은 4302억원 수준이다. LX그룹의 주축인 LX인터내셔널의 현금성자산 또한 3분기 기준으로 1조원 수준에 그친다.

7일 종가 기준으로 HMM의 시가총액은 19조745억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30~40%를 감안하면 HMM의 몸값은 24조원에 달한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새 주인으로 LX판토스가 유력하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오는 4월 HMM의 영구전환사채(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HMM의 매각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보유한 720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업은행 36.02%, 해진공 35.67 등 정부 지분은 71.69%까지 확대된다.

발행 주식 수 증가로 시가총액이 상승하게 되며, 이는 HMM의 인수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