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무브와 SK온의 기업공개(IPO)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의 올해 상반기 내 IPO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엔무브 IPO와 관련해 공모 비율과 공모 금액, 시기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SK엔무브는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현재 SK엔무브의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인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나머지 30%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크레딧 부문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ICS)이 SK엔무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난 2021년 프리IPO 당시 SK이노베이션은 ICS에 지분 40%를 1조1195억원에 매각했으나,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10%를 1427억원에 인수해 현재의 지분 구조를 갖추게 됐다.

SK엔무브는 2013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IPO를 추진했으나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발적으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SK엔무브는 2018년 당시 희망 기업가치를 4조2979억~5조1915억원으로 제시했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도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약 3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2026년까지 IPO를 약속한 상황이다.

만약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정유·배터리·화학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로, 중간 지주회사 성격을 띄고 있다.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온, SK어스온 등 총 8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SK온이 SK엔텀을 흡수합병하면서 SK엔텀은 지난 3일 자회사에서 제외됐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한 곳뿐이다. SK그룹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담당하는 SKIET는 2021년 5월 코스피에 상장되었으며, 당시 신주 855만6000주를 발행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보유 지분 90% 중 22.7%에 해당하는 1283만4000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기로 결의한 바 있다.

SKIET 상장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상장될 경우, 자회사의 기업 가치는 모회사 가치에서 분리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할인(디스카운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엔무브와 SK온이 상장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단순 지주회사처럼 보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업인 정유·배터리·윤활유 사업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IPO를 통해 SK엔무브와 SK온의 상당한 지분을 매각할 경우 모회사의 지배력이 약화되면서 추가적인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SK온의 경우 현재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SK온이 상장 후 추가 증자를 하게 된다면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공식적으로 IPO가 진행된다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공식적으로 자회사들의 IPO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