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한앤코 아래서 경영 정상화 속도…주주환원에 사업재편까지

올해만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 세 차례
10분의 1 액면분할
백미당 독립시키는 사업재편도
두 달 새 주가 30%↑

김나경 승인 2024.10.24 17:03 의견 0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에 오른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에 액면분할, 사업 개편까지 결정됐다. 이에 화답해 주가는 두 달 새 30% 이상 상승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이달 23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200억원 규모의(지분 약 4.6%)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최대주주에 오른 후, 남양유업은 빠르게 경영 정상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앞서 한앤코는 올 1월 홍원식 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 최대주주는 지난 1월 30일 지분율 52.63%의 한앤코로 변경됐다.

한앤코는 경영권을 장악한지 반년 만에 주주들에게 주주환원 폭탄을 선물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6월에 오는 12월까지 2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에는 231억원 수준의 기존 자사주 4만269주(지분 5.9%)를 소각했으며, 주식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10분의 1로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액면분할은 오는 25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백미당을 독립시키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도 재편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26일 완전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를 신설했으며, 지난 23일에는 남양유업 아래 있던 백미당 브랜드 사업을 백미당아이앤씨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백미당아이앤씨의 양수 예정일은 오는 12월 31일이며, 양수가액은 약 141억9325만원이다. 백미당아이앤씨는 현물출자 형태로 백미당 브랜드 사업을 양수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다.

백미당은 유기농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맛집으로 소문나 전국 80여 매장을 보유한 디저트 카페 브랜드다.

홍원식 전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 전 고문이 매장의 디자인, 소품 구입까지 개입했을 정도로 홍 전 회장 가족들의 애착이 깊다.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매각 전 백미당을 포함한 외식사업부를 분사해 따로 가지고 있으려 했을 만큼 욕심을 냈던 사업이다.

남양유업은 보유 건물을 활용한 자금 확보에도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본사 건물을 활용해 임대사업에 나섰다. 층당 약 182평 규모로, 총 11개 층을 내놓아 연간 56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예상된다. 근처에 위치한 백미당 본점 건물도 함께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어쨌거나 이익이 늘어나니 (임대 수익이) 주주환원에 쓰이든 신사업(백미당)에 쓰이든 할 것 같다”며 “백미당 건물에서 나온 임대료는 당연히 백미당 사업에 쓰일 것이며, 본사에서 나온 임대료는 규모가 아주 큰 건 아니라 어디에 쓰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임대료 활용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며 “남양유업은 주주환원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의 주주환원 러시와 경영 정상화 움직임에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4일 오후 1시 50분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5% 상승한 63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달부터 꾸준히 우상향해 두 달 만에 131.13% 넘게 오른 상태다.

업계는 사모펀드인 한앤코가 엑시트(자금 회수)를 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통상 운용기간이 8년 정도인 사모펀드 특성상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재판으로 소비한 한앤코는 5년 내 회사 가치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다.

한앤코는 지난 2021년 5월 27일 홍원식 전 회장과 가족의 지분 37만8938주를 약 3107억원에 양도받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82만원이다.

우리나라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인 시가 대비 45%를 적용했을 때, 지분 매각 시 본전을 찾을 수 있는 주가는 약 57만원 수준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이달 7일에야 57만원을 넘어섰다.

김 상무는 “(한앤코는) 언젠가는 엑시트를 해야 한다”며 “엑시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매각가를 올리기 위해 주가를 부양시킨다는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 팀장은 “(원래는) 대주주 입장에서 주가부양은 좋지 않다”며 “(사모펀드인 한앤코는) 엑시트를 할 때 지분의 공정가치가 어느 정도인가를 주가를 가지고 결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가 부양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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