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주인 바뀌는 남양유업…한앤코 경영 전략은

이미지 쇄신 위해 사명 변경 나설 듯
주총 개최 및 전문 경영인 선임 전망
5년내 엑시트 해야
차파트너스, 주당 82만원 공개매수 요구
주가 고공행진

김나경 승인 2024.01.08 06:00 의견 0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의 주식매매계약 32개월만에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손에 얻었다.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승리했지만, 홍 회장과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과 지분 정리 과정이 남아있어 남양유업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전날(4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홍 회장은 2021년 5월 '불가리스' 사태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며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돌연 계약 해지를 주장했다. 김앤장이 양측을 모두 대리하며 남양유업에 불리하게 계약을 이끌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한앤코는 지난 2021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홍 회장을 대상으로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는 주식양도 소송을 냈으며 지난해 9월 재판에서 승리했다. 홍 회장이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법원은 올 2월 항소를 기각했다.

1·2심 재판부가 김앤장이 서류작업 등 단순한 사무대리 역할만 했을 뿐 법률 대리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 이 사건을 상고하였으며,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지 않고 정식 심리에 나섰다고 10개월만에 원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60년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리고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통상 운용기간이 8년정도인 사모펀드 특성상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재판으로 소비해 5년내 회사 가치를 키워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홍 회장은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남양 불매 운동과 ▲2021년 불가리스 사태 ▲지난해 창업주 3세의 마약스캔들 등으로 남양유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브랜드 평판 실추는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2012년 1조3650억원으로 유업계 2위였던 매출은 2020년 이후 1조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이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시가총액 역시 2013년 6883억원에서 5일 기준 434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린 지금 창업주 일가의 본관인 남양 홍씨에서 따온 ‘남양’이라는 이름이 유지되야 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또한 한앤코는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장악하고 식품 사업 전문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실적 반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코는 이미 웅진식품과 대영식품, 동부팜가야 등 식음료 회사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양유업 지분 3%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와의 관계 설정은 미지수로 남았다.

현재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코에 지배주주와 같은 주당 82만원으로 일반주주에게도 공개매수를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앤코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며 "그간 가처분 소송들과 하급심 소송들을 포함하면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주식양도에 관한 일곱번째 법원 판결이며 한앤코의 '7전 7승'"이라며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한앤코의 인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남양유업 주식은 60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8거래일만에 32.9% 급등했다. 과거 2021년 5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급등했었다.

남양유업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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