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중국에 판다?...외국인투자법 문턱 넘어야 가능

MBK·영풍, 공개매수 후 고려아연 지분 47% 가능
고려아연·이해관계자, 해외 매각 우려
산업부 “외국인 투자 제한업종 해당 여부 단정 어려워”

김나경 승인 2024.09.20 10:22 의견 0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 측 장씨 일가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현 고려아연 경영진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거센 반대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로 최대 47.74%의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지배주주에 오를 계획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달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두 회사는 고려아연 주식을 최소 144만5036주(지분 약 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지분 약 14.61%)까지 1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 한다. 매수 후 두 회사의 예상 최대 지분율은 영풍 약 33.18%, 한국기업투자홀딩스 약 14.56%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같은 기간 영풍정밀 보통주 684만801주(지분 약 43.43%)도 공개매수하겠다고 나섰다. 공개매수 후 이 회사의 영풍정밀 지분율은 약 49.14%에 달할 예정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고려아연의 실질적 지배주주는 MBK파트너스가 될 예정이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영풍과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의결권 공동행사약정을 체결했으며, 영풍은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주식매도청구권(콜옵션)을 부여했다.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생산시설이 있는 울산 지역 정치인 등 이해관계자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신고 당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및 글로벌 경쟁력 저하 ▲핵심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의 가능성 ▲핵심 신사업 차질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경영권의 해외자본 재매각으로 인한 핵심 역량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의 계약이 위법이라며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상 배임 등 형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과거 두산에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해 국내 기업에 매각한 사례를 모범사례로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 당시 BoA메릴린치를 주관사로 선정해 먼저 매각가를 훨씬 높일 수 있는 해외에 매각하려 했으나 두산공작기계에 국가 중요 기술이 있어 판매하지 못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려아연은 산업적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공식 지정된) 국가 중요 기술은 없다. 두산공작기계를 고려아연과 비슷한 케이스라고 이야기하고 지금은 어느 쪽에다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최대한의 수익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노동자, 소액주주 등도 현 고려아연 경영진을 지지하고 나섰다.

울산시의원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으며, 다음날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핵심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액트(ACT) 역시 입장문에서 “우리나라 상장사 2400개 중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율에서 고려아연이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 3월 대비하여 최소한 지배구조상 악화된 점이 없고 주가(동업사 대비 멀티플 포함), 실적 측면에서 탁월했다는 점(주주환원율 개별기준 61%, 연결기준 71%)을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액트에 모인 소액주주들의 고려아연 주식 수는 6675주(지분 0.03%)다.

또한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노동자의 안위가 뒷전"이라며 "MBK파트너스는 이미 과거의 행태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국가 산업의 경쟁력에는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고려아연은) 중국에 매각하지 않는다”며 “정부 당국자도 보고 있을 것이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금방 돌아서서 파는 것 없이 꽤 오랜 기간 갖고 있을 것”이라며 “희망으로는 국내 대기업들이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제4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이미 설립된 국내기업의 주식 등의 취득을 통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려는 경우 ▲방위산업물자 생산 지장 초래 우려 ▲군사목적 전용 가능성 ▲국가기밀 공개 우려 ▲국제평화 지장 초래 우려 ▲국가핵심기술 유출 가능성 ▲국가첨단전략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고려아연이 외국인 투자 제한업종에 해당해 해외 매각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 제한) 심의 사유 6가지는 포괄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방위산업에 포함되려면 방산업체에 지정되야하고, 국가핵심기술 역시 산업부 지정을 받아야 한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뿐만 아니라 투자 형태나 투자 내용에 따라 다양한 법이 적용돼 해외매각이 제한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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