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vs 경쟁입찰...한국형 구축함 수주전 잡음

일각서 수의계약 예상...한화오션 반발
특례법 조항 두고 HD현대중과 해석 엇갈려
전문가 "경쟁입찰 예상...정무적 판단 내릴 것"

박소연 승인 2024.07.31 21:37 의견 0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기업 선정 방식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가운데 결국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경쟁입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조달청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톤급) 6척을 발주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7조8000억원 규모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체계까지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는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완료했다.

통상적으로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 '수의계약' 방식을 차용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화오션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은 한화오션이 제작한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해 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2심 재판부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11월부터 오는 2025년 11월까지 방산사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1.8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적은 점수 차로 결과가 갈리기 때문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갈 경우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하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중공업]

앞서 방사청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오션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달 초 한 언론은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것을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전투체계, 무장, 소나 체계 등을 개발해서 통합해야 하는데,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했을 때 리스크가 줄고 사업관리를 하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은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대형시험선 상세설계 및 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해 HD현대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했다"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역시 공정한 경쟁입찰을 통한 방식이 국익을 최우선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 관리 규정상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이기 때문에 양사가 이를 두고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이 원칙인데 방사청 특별 조항에 따라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는 수의계약도 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며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유출 문제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국가계약법상이 더 상위법이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ADD는 조달청 소속으로 국가 계약법상 조달청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반면 KDDX 사업의 주체는 방사청이다"며 "방사청은 특례법을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방식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전문가는 방위청이 경쟁입찰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주무부처인 방사청은 정무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경쟁입찰 방식으로 정무적 판단을 함으로써 반발과 비난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어 "수의계약으로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결정되면 방산물자는 방사청이 지정하지만 방산업체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다. 그 법정 시한이 9월까지다"며 "현장 실사도 해야 하고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어야 하는 등 여러 행정상의 절차를 그 기간까지 맞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방사청에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빨리 결정짓지 않아 방산업계와 양사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KDDX 사업의 전력화가 지연되고 사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조속한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