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주주간 불비례는 필연'이란 칼럼을 읽고

지배주주 지분만 경영권 프리미엄 누려..주주평등 위반
선진국, 공개시장에서의 가격형성이 불완전함을 인정해
주주환원율 낮을수록 경영권 프리미엄은 올라가는 현실

주주칼럼 승인 2024.08.09 09:45 의견 0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주주의 비례적 이익’ 개념이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한 언론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상장사 지배주주의 지분을 인수할 때 적용되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은, 다수결로 회사의 임원이 선임되는 회사제도의 대원칙에 의한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이 칼럼은 주장한다. 그러므로 주주총회에서 다수결을 차지할 수 있는 지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없애는 것이 상법 개정안의 의도라면 주식회사와 경영권 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다행히도 지금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은 단순히 그런 취지는 아니다. 훨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 칼럼에서 말한 것처럼 상장회사의 지배주주 지분 거래 문제는 이론적으로 이사의 주주 전체에 대한 어떤 의무와는 가장 관련성이 적다. 주주가 지분을 사고 팔 때 이사가 관여할 단계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칼럼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했다. 상장회사의 의무공개매수 제도와 이사의 주주 전체에 대한 충실의무는 뿌리가 같다는 점이다. 바로 주주 평등의 원칙이다. 이사가 관여하는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에서 주주 평등의 원칙은 이사가 실현해야 한다.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 표현은 다르지만 세계 각국의 회사법에 기본적으로 이사의 의무로 들어가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사가 관여할 수 없는 주주들 간의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선진국은 물론 주식시장이 운영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피인수기업 지분을 매수하는 경우 잔여지분의 전부 또는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공개시장에서의 가격형성이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이 때에도 최대한 주주평등이 실현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배주주 거래 가격과 주식시장에서의 주가의 차이는 왜 발생할까? 이 칼럼에서 오해하듯 지배주주가 주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배당과 주주환원을 결정할 수 있는 주주는 언제든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따른 이익을 모두 향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주주의 주식은 회사의 결정에 따른 일부 이익만 수동적으로 환원 받기 때문이다. 이익이 다르니 디스카운트된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 뿐이다.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주주환원율과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의 정도는 상당히 정확한 반비례 관계를 갖는다. 2019년 경제개혁연구소 이창민, 최한수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실증적으로 이 점이 확인된다. 세계적으로 주주환원율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장 높고, 미국, 독일로 가면서 주주환원율이 높아질 수록 경영권 프리미엄은 낮다.

이 칼럼은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잠재적 매수자의 평가 차이를 경영권 프리미엄의 차이로 혼동한 것 같다. 공개 시장에서의 주식 가격과 지배주주 간 사적 거래 가격의 차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이익 창출 능력을 주주 개인에게 환원시킬 수 있는 능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더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잠재 매수자는 그런 일반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위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 가격보다 높게 제시된 잠재 매수자의 가격 차이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 전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니다.

정리해 보자. 상장회사 인수시 지배주주에게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아니라 의무공개매수제도라는 주장은 맞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틀렸다. 합병, 분할, 계열회사간 거래 등 주주간 주식매매가 아닌 수많은 회사의 의사결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른 여러 주주간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가 바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이기 때문이다. 주주평등의 실현(A)을 뿌리에 두고 주주간 주식매매 상황(B)에서의 해법인 의무공개매수(b)와 이사의 의사결정 상황(C)에서의 해법인 이사의 주주충실의무(c)라는 제도가 있는 것임을 오해하지 말자.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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