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토론회] "주주이익 확대가 밸류업" vs "기업가치 훼손"...이사 충실의무 논쟁 불 붙었다

23일 국회 토론회서 전문가 의견 맞서
이상훈 "이사 충실 의무 상법 개정 필요"
대한상의 등은 반대 "기업가치 훼손"

박소연 승인 2024.07.23 19:01 | 최종 수정 2024.07.25 13:56 의견 0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반대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기업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3일 학계·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에서 주주보호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논의했다.

이 토론회는 민주당 7명의 국회의원(박상혁, 강준현, 강훈식, 김남근, 이정문, 유동수, 민병덕, 오기형)이 공동개최했으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경제더하기연구소, 주주경제신문 등이 후원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밸류업과 이사충실의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주주경제신문]

토론회 첫 세션에서는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상장기업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자본비용'을 발표했다.

김우진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PBR(주가순자산가치)이 낮은걸 뜻한다"며 "B(장부:본질가치)대비 P(가격)가 낮은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맞지만, 이론으로 B조차도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PBR이 1보다 높다는 것은 회사가 주주가 요구하는 것보다 잘 벌고 있다는 것이고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주주들이 요구하는 요구수익률보다 낮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PBR을 높이려면 ROE를 높이면 된다. ROE를 높이려면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분자를 높이는 방법이 있고, 주주환원을 해서 분모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밸류업과 이사충실의무'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상훈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이중 기업가치를 주주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지배주주의 부당한 지분율(지배력) 증가를 초래하는 M&A(기업합병), 자회사 상장 차익을 모회사 주주에게 돌려주지 않고 경영진의 지배권을 확장하는 경우, 이익을 주주환원 하지 않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게열사 확장 등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두 기업이 합병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한 회사는 항상 주가가 오르고, 한 회사는 배당을 줄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우량회사에서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 한 몫에 털어서 합병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두 번째 세션 패널 토론에는 손창완 연세대 교수,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박유경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EM 주식부문 대표, 강석구 대한상의 본부장,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 등이 참여했다.

2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학계·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를 열고 주주보호를 위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여론을 모았다. [사진=주주경제신문]

손창완 교수는 "충실 의무에 관한 상법 개정안은 의무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문제 되는 사안을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고 자기주식 취득, 분할의 문제는 상법의 개별 규정의 개정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안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간접적인 주주이익보호의무를 입법화하는 방안,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관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이익보호 의무를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황현영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 이사들이 주주를 위해 충실히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사들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주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과 같은 합병 사례가 발생할 경우 미국 주주들은 합병유지 청구권을 행사 할 수 있다. 독일에선 합병 관계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회사에 손해가 없는 경우 책임을 물을 수가 없고, 법에 따른 규정에 따라 시가로 계산한 합병에 대해선 주주는 손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배임죄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경제계의 우려에 대해선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강석구 본부장은 상법 개정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강석구 본부장은 "김우진 교수가 ROE가 낮은 기업일수록 재투자 대신 환원하는 쪽이 낫다고 했는데 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기회가 많은데 이익을 향유하기 어려운 산업적 특성도 고려해야한다. 첨단산업·미래산업을 예시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할 경우 현실에서 일반화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 의문이다"며 "영국 같은 경우도 이사 충실 의무에 대한 부분을 원칙적으로 회사에 한하고 있고 아주 특별한 케이스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강 본부장은 "이사회의 이사 결정 과정에서 특정 주주가 피해를 보았다면 현행법에서도 손해배상, 주주대표소송, 해임 등 다양한 구제 수단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박유경 대표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아니라 웨이크업 프로그램이다"며 "국내 자본시장이 처음 열렸을 당시 1997년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거버넌스 랭킹을 살펴보면 우리가 8위인데 아래에 태국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있다. 자본시장 체계가 다르게 움직이는 중국보다 조금 낫다는 인식"이라며 "반면 일본은 2위, 대만은 3위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성장률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정부에서 많이 이끌어주고 있다"며 "MSCI 이머징마켓 인덱스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년 17%에서 최근 13%로 역행했다. 반면 대만은 12%에서 19%로 상승했다"며 "1%를 돈으로 환산하면 100조이기 때문에 대만과 우리 사이에 600조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치연 과장은 "금융위원회는 상장기업의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이행하고 주주와 소통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또한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 및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관계부처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회에서 논의가 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