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토론회] 네덜란드 연금 “한국 증시 IMF 때 그대로…밸류업 아닌 웨이크업"”

20년 만에 한국-대만 MXEF Index weight 역전…600조 차이
이사의 충실 의무 개정에 손해배상 조항까지 포함해야
일부 전문가, 부작용 우려
간접적 주주이익보호의무 대안으로 제시

김나경 승인 2024.07.23 15:41 | 최종 수정 2024.07.24 09:20 의견 0
박유경 APG 자산운용/EM 주식부문 대표가 23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에서 한국 증권시장에서 기업 밸류업을 촉구했다. (사진=박유림 기자)

네덜란드 연금이 한국 증권시장이 아직 IMF를 불러온 1997년도 체제에 머물러있다며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촉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상법 개정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박유경 APG 자산운용/EM 주식부문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 1997년 IMF를 불러온 그 체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했던 문제에 아직 머물러 있다. 여기서 깨어나는 것(Wake-up)이 밸류업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회사의 62%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투자하면 잠이 안 올 것이다. 회사에서 무엇을 해도 법으로 무엇을 할 수 없다. 등기이사는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 지배주주 아직도 가족경영 한다. 이사회는 전문성, 독립성, 도전이 없다. 주주총회는 활성화 안 됐다. 우리나라 주총은 대부분 한심하다. 페널티도 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20년 만에 대만과 우리나라의 MXEF Index weight가 역전됐다. 20년 전 우리나라가 17%, 대만이 12%였지만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가 13%, 대만이 19%로 바뀌었다. 여기서 1%P는 100조원이다. 6% 차이면 600조원이다. 인덱스에 우리나라 회사가 더 많지만 이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데서 더 나아간 상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어렵게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되더라도 달라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의무가 있어도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무가 이행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위반될 때 어떻게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해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무 위반 시 보수 청구권, 취득 이득 반환 등 법원을 통한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해당 의무는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고소·고발 리스크를 감해주는 방법으로 입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파격적인 상법개정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의무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며 회사의 법인성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경우 노동자를 위한 회사의 시혜적 조치가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의 주주에 대한 간접적인 주주이익보호의무를 입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사한다”며 “(다만)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한하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이익보호 의무를 인정해야한다. 또한 합병비율 등을 법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도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입장에 있는 강석구 대한상의 본부장 역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면 회사와 주주, 주주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1%라도 다른 경우 이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여러 방안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은 “관계 부처와 함께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과제를 검토하겠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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