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종식?...등 돌린 소액주주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모녀 지분 매입
임종윤 사장, 경영권 분쟁 종식 선언
전문경영인 체제 이견 보여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삼남매에 내용증명 발송

박소연 승인 2024.07.17 17:11 | 최종 수정 2024.07.17 18:10 의견 0

한미그룹이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업계에선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거버넌스 이슈로 주가가 역행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발단은 상속세 문제에서 비롯됐다. 지난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별세 후 한미그룹 일가는 5400억원 상당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한미그룹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와 형제(임종윤·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는 연부연납으로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했다.

지난 1월 한미그룹 모녀가 태양광 폴리실리콘 기업 OCI와의 통합을 추진해 재원 마련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 시작됐다. 형제는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두 기업이 합쳐지면 당시 한미약품 사장이었던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반대에 나선 것이다.

당시 형제 측의 지분은 20.47%, 모녀 측 지분은 36%로 모녀 측이 월등히 유리했지만,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신동국 회장과 고 임성기 회장은 김포 통진읍 가현리 출신 통진고등학교(옛 통진종합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고 임성기 회장과 각별하다고 알려져 있는 신 회장은 임 회장의 권유로 2010년 지분을 매입하면서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지난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모녀 측 이사진 후보가 전원 탈락했다. 주총 이후 한미그룹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모녀는 해임되고, 형제 측이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형제 측의 승리로 마무리된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은 최근 신 회장이 모녀와 손잡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모녀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일부를 1644억원에 사들이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은 모녀의 지분을 매입해 이들의 상속세 부담을 해결해 주면서, 한미그룹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보도자료에서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신 회장과 경영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임 이사는 "신 회장의 중재로 모녀·형제가 뜻을 모아 분쟁이 종식됐다"며 "형제가 신 회장과 협력해 그룹에 고문단 등을 설치하고 책임경영,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거버넌스 이슈는 봉합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최종 종식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상속세 문제가 발단이 되어 현 사태가 벌어진 건데 아직까지 세금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 이 문제가 해결이 돼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비롯한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선 신 회장과 형제 측의 이견이 있어 보인다.

신 회장은 임 이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진행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형제 측과도 뜻을 모아 화합을 이루기로 한 것은 맞지만 형제 측과 3자 경영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보도자료에서 '전문경영인 전환'을 내세웠지만, 임 이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경영,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내세웠다.

한미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는 임종훈 사장이 맡고 있다.

같은 관계자는 "한미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은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다른 상위 제약사들도 이미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한미그룹 같은 경우 오너가 지분보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아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신 회장과 오너 일가의 방향성과 전략이 영향을 미치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에 한미그룹 주주들의 원성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2분기 매출 3882억원, 영업이익 599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28, 68.37% 오른 수치다. 한미약품은 로수젯, 아모잘탄 등 주요 품목들의 뚜렷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주가는 역행하고 있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지난 3월 28일 주총일 종가 4만4350원에서 17일 3만2550원으로 하락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같은 기간 34만2000원에서 30만4500원으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거버넌스 이슈로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최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및 임종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에게 각각 내용 증명을 송부했다. 이들은 17일 기준 2.1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형제 측을 지지한 바 있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재 주주들이 화가 많이 나 있고 형제 측을 괜히 지지했다는 분위기다"며 "형제들이 여러가지 공약을 걸었고 6월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는 상황이다. 상속세 관련해서도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주주환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경영진인 삼남매보다 신동국 회장의 주가 부양 의지가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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