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조급한 금융위, 피어프레셔 꺼내들었다

이달 ‘밸류업 계획’ 공시 시행 예정
자율적이며 페널티 없어
중복 공시 부담 지적도

김나경 승인 2024.05.02 17:51 의견 0
2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금융위)가 2일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피어프레셔(Peer pressure, 동류집단압박)가 시장경제 메커니즘에서 가장 세련되고 효율적인 페널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신설할 예정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가 페널티가 없고 자율적이라 밸류업 효과가 작을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달랜 것이다.

‘밸류업 계획’ 공시는 기업이 가치제고에 중요한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배당,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해 공시하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기업에 강제되지 않으며 페널티가 없다는 점에서 공시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경쟁사의 피어프레셔를 통해 자발적인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세련되고 암묵적인 페널티라고 생각한다”며 “이달 중 가이드라인 확정안이 나오면 (곧바로) 특정 기업이 자율공시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경쟁기업도 효과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을 맡은 박현수 고영테크놀러지 경영기획 실장 역시 “의무화해 강제성을 가지면 (기업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정도만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며 “처음부터 그렇게 되면 관념을 바꾸기 어려워진다. 초반에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기업 위주로 가고 인센티브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PBR 4배, 혹은 그 이상인 5~6배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라고 공감했다.

다만, 학계 전문가와 기업, 기관 등은 ‘밸류업 계획’ 공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기업의 중복 공시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들은 사업보고서와 증권사 리서치, 신용평가사 분석 등에 있는 자료도 많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기업보고서 연간 4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ESG보고서 등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다”며 “보고서를 통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만큼 이사회와 관련된 의견도 제시됐다.

앞선 이 센터장은 “가이드라인에서 이사회의 승인 사항을 충분히 설명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본인의 사외이사 경험을 빗대어 볼 때, (해당 가이드라인은)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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