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에 지옥 오가는 이화그룹 주주들…경영진 쇄신은 아직

이사회에 상장폐지 사유서 적시 이사 잔존
김영준 전 회장 영향력 우려
임시주총 6주 전 기습 공시
주주와 협의 거부
연대 “3사와 주주의 협의체 구성해 투명하게 매각해야”

김나경 승인 2024.04.17 10:15 | 최종 수정 2024.04.17 13:32 의견 383

이화그룹 상장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가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경영진의 쇄신 의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이아이디와 이트론의 이사회에는 여전히 상장폐지 사유서 적시 인물들이 버티고 있으며, 3사 모두 주총소집결의 공시를 주주제안을 할 수 없는 시기에 올리는 등 주주와의 소통도 거부했다.

3사는 김영준 전 회장과 경영진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으로 상장폐지 재심의 과정에 놓여있다. 이 기간 상장폐지로 전 재산을 잃을 위험에 놓인 주주 등이 병세가 깊어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주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이화그룹 상장 3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인 이아이디의 신정희 대표와 구본익 사내이사, 이트론의 주형진 사내이사는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각 사에 통보한 상장폐지 사유서에 적시된 인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이트론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추천으로 사외이사에 선임된 박세준 이사 역시 김 전 회장 아들의 측근으로 의심한다.

이아이디와 이트론의 이사 수가 4명에 불과함을 고려할 때 2~3명에 이르는 이사 과반수가 여전히 과거 김 전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셈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5월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전 이아이디 대표 등 이화그룹 경영진에 대하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영준 전 회장과 김성규 전 대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자금 114억원을 조성하고,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저가매수→허위공시→고가 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18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이아이디, 12월 이화전기, 이트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며, 각 사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현재까지 상장폐지 재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그룹은 거래재개를 위한 노력에 나섰다.

이화그룹 상장 3사는 일제히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임시주총, 지난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해 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결의방법을 강화하는 등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 및 감사를 해임하거나 신규선임했다.

또한 각 사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최대주주의 지분 전량 매각을 결의했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화전기는 지분율 25.51%의 이아이디 최대주주이며, 이아이디는 지분율 29.55%의 이트론 최대주주다. 마지막으로 이트론 다시 지분율 26.46%의 이화전기 최대주주로 돌아간다.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투명한 매각을 위해 최대주주 매각 관련 이화그룹 3사와 소액주주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김영준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업체면 김 전 회장의 엑시트가 된다. 협의체를 통해 매각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주들이 많이 지쳐있다. 이미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도 있다. 상장폐지로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놓인 분과 가정 파탄, 암 투병 등 주주들이 죽거나 죽어가고 있다”며 “끝이 거래재개가 아니라면, 전 단계인 매각단계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화그룹 경영진은 주주와의 협의에 소극적이다.

이화그룹 상장 3사는 임시주총의 소집결의를 정확히 주주제안 마감 날짜인 6주 전에 공시했다. 사실상 주주들의 주주제안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화전기는 오는 30일 있을 임시주총의 소집결의를 지난달 19일 공시했으며, 이트론은 내달 23일로 예정된 임시주총 소집결의를 지난 11일 공시했다. 이아이디는 당초 오는 30일 개최로 계획했던 임시주총의 소집결의를 지난달 19일 공시했으며, 추후 임시주총을 내달 8일로 미뤘지만 정정공시 역시 지난 15일 알렸다.

연대 관계자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주주를 대하는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 현재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도록 숨통을 마련한 것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국정감사 참여 등 적극적인 행동을 펼쳤던 연대”라며 “상식적인 회사라면 연대와 함께 회사를 살리려고 힘쓰겠는데, 이화그룹은 임시주총소집결의를 6주 전 기습 공시해 주주제안을 막는 등 연대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3사의 소통창구를 단일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화그룹 3사가 한 몸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