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조선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10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가운데 올해 배당 지급 여부가 주목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사명을 쓰던 2013년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실적 악화로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사측이 배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조2962억원, 영업이익 272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3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1449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HD현대 그룹사는 별도 기준 배당성향 30~50% 수준의 배당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마찬가지다.
이 배당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최소 905억원의 총배당을 지급해야 했다. 주당 배당금으로는 129원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3015억원을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 배당 현황 [그래픽=HD한국조선해양]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회사들로부터 수취하는 배당수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주요 조선 계열사를 거느린 조선중간지주사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HD현대중공업과 3년 연속 적자 행진 중인 HD현대미포는 아직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HD현대삼호는 배당우선전환주식으로 꾸준히 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삼호의 보통주 81.43%, 의결권부 참가적·누적적 우선주 15.15%를 보유 중이다.
의결권부 참가적·누적적 우선주의 연간우선배당률은 주당 발행가액의 연 2%로 수준이다.
지난해 HD현대삼호가 호실적을 거두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 수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HD현대삼호는 지난해 매출 5조9587억원과 영업이익 301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조선업체 중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결국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HD현대삼호로부터 수취한 배당은 수십억원 수준이며, HD한국조선해양은 아직 배당 여력이 없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올해는 다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가선박들을 중심으로 연간 계획 대비 2배 이상의 수주를 기록했고 수익성이 낮은 LNG선 수주도 없어 차별적인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는 제한적인 배당(전환우선주만 주당 1120원, 총 52억원)을 실시했으나 올해는 HD한국조선해양의 수취배당금이 911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