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HLB그룹이 한국 신약개발 역사상 첫 번째 FDA(미국 식품의약국) 항암제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Rivoceranib)+캄렐리주맙(Camrelizumab)’ 병용요법의 FDA 신약 승인은 내달 16일 결정된다.
‘리보세라닙’은 HLB그룹이 16년간 공들여 개발한 합성신약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병용약물인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글로벌 권리를 인수해 간암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과 조기 판매개시 추진력을 확보했다.
업계는 FDA 중간 리뷰에서 특이할 만한 지적이나 문제점이 없어 무난한 허가를 예상한다.
특히, 임상 데이터 결과가 뛰어나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간암 환자의 간 기능(ALBI 1·2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유효성이 있었으며, 환자생존기간(mOS) 역시 22.1개월로 간암 1차 치료제 중 최장 생존기간을 기록했다. 기존 치료제 대비 출혈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HLB는 이미 FDA 승인을 전제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미국 현지는 직접 판매를 결정했다. 출시 시점은 오는 9월 3일이다. 엘레바를 통해 미국 40개 주에서 의약품 판매 준비를 위한 허가를 받았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240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그중 1698억원을 엘레바의 마케팅 비용 등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6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아시아 진출은 자회사 HLB생명과학이 맡았다. HLB생명과학은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시아 전략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지난달 21일에는 15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리보세라닙의 국내와 일본, 유럽에 대한 일부 수익권을 가지고 있다.
HLB가 자체적으로 예상하는 ‘리보세라닙’의 순현재가치(NPV)는 약 17조원에 이른다. 목표는 간암치료제 점유율 50%, 2029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3조107억원, 2조6825억원 달성이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HLB그룹의 지주사격인 HLB는 회사의 전신인 현대라이프보트의 약자다. 1975년 설립된 현대그룹 자회사 경일요트가 1982년 또 다른 현대그룹 자회사 현대정공 요트사업부로 흡수·통합됐고, 2000년 현대정공이 구명정 제조업체인 현대라이프보트를 설립했다.
1996년 7월 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본래 선박회사였으나 2008년 진양곤 회장이 미국 신약개발사 엘레바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선박사업부를 100% 자회사인 비상장법인 HLB ENG로 물적분할해 떼어내고 제약·바이오 사업만 남겼다.
직접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상장사인 HLB생명과학(19.33%), HLB테라퓨틱스(5.46%), HLB바이오스텝(16.09%), HLB파나진(9.37%)과 비상장사인 엘레바(99.98%), 이뮤노믹 테라퓨틱스(40.99%), 베리스모 테라퓨틱스(13.01%) 등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그 외 반도체 회사 HLB이노베이션, 선박회사 HLB ENG, 금융회사 HLB인베스트먼트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에만 평균 10년 이상이 걸리는 제약·바이오 사업 특성상 최근 14년간 2018년을 제외한 모든 사업연도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HLB는 리보세라닙 개발 비용으로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력사업인 선박사업(HLB ENG) 매출도 반토막 났다. 선박사업 매출은 2020년 423억원에서 2021년 257억원, 2022년 179억원, 지난해 224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HLB는 △제약·바이오 △조선·해양·에너지 △생활·건강·레저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아우르는 44개 계열사(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다행히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신약 개발 성공이 가시화 되면서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리보세라닙의 미국 판매 예상 약가는 월 2만~2만5000달러 기준으로 매출 총이익률 99.28%(매출원가 월 144.84달러)다. 추후 타사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을 시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캄렐리주맙은 미국 판매 예상 약가 월 1만2000~1만5000달러 기준 98.16%를 매출 총이익률(매출원가 월 220.68달러)로 예상했다. 이중 항서제약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순매출의 20.5%, 마일스톤은 일정 매출 도달 시 20%, 영업이익률 57.5%로 잡았다.
◆ 자금 여력은 어때?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공매도 세력들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수 차례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의심을 받는 종목이다.
HLB 주가는 FDA 승인 가능성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다 최근 공매도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19일 2만7550원에서 지난달 26일 12만9000원까지 단숨에 368% 넘게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FDA 승인 결과 발표를 두 달 앞둔 지난달 ‘신약 승인이 어렵다, 불확실성이 생겼다’는 지라시가 유포되면서 하락세에 들어섰다. 지난 12일 종가는 9만3000원으로 52주 최고가 대비 27%가량 떨어졌다.
업계는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악성 루머를 퍼뜨린 것으로 의심한다. 지라시 유포 후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물량 출회가 두드러지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라시가 퍼진 지난 1월 29일과 지난달 13일 각각 126만9958주, 59만3315주를 순매도 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인 HLB는 공매도 세력을 벗어나기 위해 올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지난해 연말 임시주총을 통해 이전 상장 안건을 가결시켰다.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 폐지 신청과 유가증권시장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 선수 한마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뛰어난 임상결과가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항암제 사용은 생사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임상 데이터의 우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좋은 신약들이 기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선례들이 많다. HLB는 미국 직판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점유율 50%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HLB가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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