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의 '조용한' 행동주의 통했다...한국알콜, '수용'

트러스톤 “3명의 감사위원 모두 소액주주와 협의로 결정”
박영옥 대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
김우진 교수 “미국의 경우 대부분 이견 비공개 대화로 해소”

김나경 승인 2023.03.14 15:14 의견 0

한국알콜이 공개적인 소액주주 운동 없이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후보 선임안을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14일 한국알콜은 오는 28일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예정인 3명의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가운데 한 명을 소액주주 추천 인사로 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알콜 사례는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인 주주관여 활동으로 분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해당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국내 주주 행동주의의 또 다른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알콜 본사 전경 (사진=한국알콜)

이 같은 변화에 한국알콜 소액주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알콜 2대주주(지분율 7.05%)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이성원 부사장은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비해 낮은 주주환원율 등의 이유로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한국알콜 주식을 매입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회사 경영진과 수차례 비공개 미팅을 하는 등 주주관여 활동을 펼쳐 좋은 결과를 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후보 가운데 트러스톤이 추천한 김&장 출신 차재목 변호사를 한국알콜 측이 전격 수용했다”며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차 변호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감사위원회에서 더욱 합리적이고 적절한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사장은 “다른 2명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후보에 대해서도 회사 측이 사전 논의를 해왔다. 3명의 감사위원 모두 소액주주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와 함께 회사의 중장기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으로 이사회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전념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알콜 지분 1.89%를 보유한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역시 “소액주주의 감사위원 추천을 받아들인 회사 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위원 구성 변화가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 대표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제출한 바 있다.

행동주의 투자 플랫폼 ‘한톨’의 김건수 대표는 “이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회사의 움직임을 환영한다”며 “궁극적인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원래 주주 행동주의는 경영진과의 비공개 대화 등 우호적인 접근을 먼저 시도하며, 미국의 경우 상당 부분의 이견이 이 단계에서 해소된다”며 “이번 한국알콜 감사위원 후보 선출은 경영진과 외부 주주 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향후 공동의 목표인 기업가치 증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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