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전환사채(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 HMM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방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질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더 높아져 매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오는 17~18일, 각각 절반씩 보유한 총 72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2020년 4월 발행된 '제197회 전환사채'는 이자율이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구조로, 오는 21일 연 6% 이율이 적용되기 전 전환권 행사를 결정한 것이다.
해당 전환사채는 발행 5년차까지는 연 3%의 이자율이 적용되지만, 6년차부터는 3%포인트가 가산되고, 이후 매년 0.25%씩 상승해 최대 10%에 도달할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한 모든 CB를 전환하면서 양대 기관의 HMM 지분율은 기존 67.06%에서 71.69%로 증가하게 된다.
전환사채 전환은 시가총액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민간 주주의 지분 희석을 초래해 주가 하락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전환사채 물량이 모두 정리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나온다.
[그래픽=챗GPT]
이런 가운데 HMM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전환사채 주식 전환으로 늘어난 유통물량을 상쇄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MM은 지난 1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1년 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총 5286억원 규모를 집행했으며, 남은 2조원 상당이 자사주 매입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배 전 HMM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밸류업을 위해서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CB 전환으로 늘어난 유통 주식 수 증가를 흡수해 희석 효과를 상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4월 전환사채 전환으로 유통 주식 수가 약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경우 대부분 상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단순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자사주 소각은 총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오히려 더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HMM의 민영화를 희망하는 정부의 전략에는 되려 역풍이 될 수 있다.
실제 산은과 해진공은 2023년 11월 HMM 보유 지분 57.9%에 대해 본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논의되던 인수가격은 약 6조원 수준이었지만 이미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전환사채 전환 후 정부 지분이 71.69%로 늘고, HMM 시가총액이 17조 원에 근접하면서 향후 매각가도 두 배 가까이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교훈 한국물류사협회 회장은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경우 주가 부양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대주주 지배력은 강화된다”며“HMM은 주가 하락기 동안 주주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약속한 주주환원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71.69%란 지분율도 매각이 어려운 수준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