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의 승리?...한국조선해양, 현대삼호중 상장 철회

IMM 보유 삼호중공업 주식 인수 공시
한조양 "기업가치 제대로 평가받기 힘든 상황"
소액주주 연대 "소액주주 연대와 사측 협력으로 협상안 마련"

박소연 승인 2023.01.04 16:28 의견 0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 운동의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IMM PE의 투자목적법인(SPC) 트리톤1호 유한회사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464만7201주(15.15%)를 4097억원에 매수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은 현금 2667억원과 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1430억원을 통해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다. 1주당 매입 가격은 8만8157원이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은 80%에서 96%로 증가하게 됐다.

​지난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프리 IPO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로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2022년 내 상장을 약속했는데, 상장에 실패할 경우 원금에 연 9.5%의 이자를 얹어 보상하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주식 시장 침체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기조로 올해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선업은 매출이 인식되는데 2~3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이 실적이 더 좋아질 예정이다. 2020~22년 LNG선 등 고부가가치 수주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기 때문에 IMM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재상장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계획 철회 결정에 소액주주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9월 26일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했다. 5% 지분 확보를 목표로 지분을 모아가고 있으며,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사측과 간담회 개최, 내용증명 발송 등 소액주주 운동을 진행해왔다.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이번 상장 계획 철회는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운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소액주주 연대와 사측의 협력으로 협상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우선 과제가 해결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이어 "삼호중공업 상장 철회는 이뤘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 상장돼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재상장으로 발생한 주주가치 훼손이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소액주주연대에 모여있는 주주들은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이던 시절부터 주주였던 분들이 많다. 기존 주주들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방향으로 사측과 대화를 하면서 방향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철회가 중간지주 할인 해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내어줄 대금 4097억원은 한국조선해양이 별도로 보유한 현금 시제 안에서 해결 가능하다"며 "상장 추진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만큼, 상장 시기에 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한국조선해양 산하 대형 조선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판단했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장 철회 결정은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와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된 구주매출 상장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며 "한국조선해양은 적정선의 합의로 상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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