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러시아 탱크·장갑차 저승사자 ‘드론’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2.03.21 11:17 | 최종 수정 2022.03.21 11:27 의견 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지 3주가 넘었다. 그 사이 속전속결로 키이우의 항복을 받아 내려던 모스크바의 계획은 ‘희망사항’으로 전락했다.

러시아의 공세는 예상했던 것만큼 체계적이지 못했고, 공세 유지를 위한 군수지원(보급)은 군사력 세계 2위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된 러시아 징집병들의 전투의지는 도로에 버려진 값비싼 기갑장비와 함께 바닥을 기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위용은 흑해에 잠수한 듯하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예 항공기의 존재감도 보이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황 전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항복 요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105마력 드론에 수백대 탱크·장갑차 괴멸

유튜브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보유한 무인항공기(드론)이 러시아 전자전 장비와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파괴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Ukraine Bayraktar TB2 destroying Russian 9K317 Buk M2 SA-17 command post electronic warfare vehicles)

우크라이나 군이 공개한 이 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기갑부대(탱크, 장갑차)의 무덤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기갑부대의 저승사자는 터키의 “바이카르(BAYKAR)’사가 개발한 바이락타르 TB2(Bayraktar TB2 Unmanned Aerial Vehicle)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약 20여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락타르 TB2는 전장(길이) 6.5m, 전폭(날개길이) 12m, 자체중량 420kg 규모의 중고도 정찰 및 지상공격용 무인항공기다. 최고속도 220km/h, 최고운용고도 7600m로, 27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놀랍게도 바이락타르 TB2 엔진 출력은 웬만한 자동차보다 못한 105마력에 불과하다. 물리적 사양은 1차 세계대전 때의 전투기와 유사한 것이다.

하지만 탑재하고 있는 전자장비와 미사일은 강력하다. 관성항법장치, 자동항법장치, 자동 이착륙시스템은 물론이고, 실시간 이미지 전송체계(Real Time Imagery Transmission System)가 탑재돼 고해상도, 실시간 영상을 지상 통제스테이션으로 전송할 수 있다.

바이락타르 TB2는 터키가 자체 개발한 레이저 유도 미사일인 MAM-L(무게 22kg, 사거리 15km) 4발 또는 MAM-C(무게 6.5kg, 사거리 8km) 4발을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해 전자광학추적기(Electro-Optical Tracking System, EOTS), 적외선 카메라와 레이저 조사기(Laser Designator)을 장착하고 있다.

MAM-L 미사일을 장착한 Bayraktar TB2.[사진=우크라이나 군]

전자광학추적기와 적외선 카메라로 목표물을 탐지해 레이저조사기로 목표물에 레이저를 쏘면 레이저 유도 미사일이 레이저가 비추고 있는 목표물을 찾아가 정밀타격하는 방식이다. 바이락타르 TB2의 레이저조사기는 원거리에 있는 아군의 미사일이나 포병의 정밀포탄도 유도가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군은 바이락타르 TB2의 자체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병과 협동작전으로 기갑부대 전체를 공격해 전과를 거두고 있다.

바이락타르 TB2의 미사일로 기동하는 러시아 기갑부대의 선두 전차와 마지막 전차를 파괴해 기갑부대를 기동할 수 없게 만든 후, 바이락타르 TB2의 레이저조사기를 목표물에 비추어 주면 우크라이나 포병부대의 레이저유도탄이 앞 뒤가 막힌 전차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기갑부대를 괴멸시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잡기 위해 배치한 러시아의 이동식 대공방어시스템인 판치르(Panzir) S1을 바이락타르 TB2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드론으로 수백대의 러시아 기갑장비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값비싼 기갑장비 무용론..드론 급부상

탱크와 장갑차 등 값비싼 기갑장비가 보병이 휴대하는 대전차 미사일과 드론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 쉽게 파괴되자 기갑장비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1억원 짜리 미사일이 100억원 짜리 탱크를 일격에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탱크에 장착된 무장으로는 미사일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 후, 각 국은 탱크를 비롯한 기갑장비가 현대 전장에서 유용한지 다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찰과 요인 암살용, 대게릴라용으로 사용되던 공격드론이 우크라이나 전과 같은 전면적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이번 전쟁이 입증하고 있다. 희생양은 러시아 정규군이다.

드론의 유용성을 확인한 각국은 공격 드론의 개발을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2022년 드론쇼 코리아에서 전시한 중고도무인기.[사진=대한항공]

우리나라도 ‘하늘의 암살자’ 개발중

우리나라는 ‘하늘의 암살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미국 MQ-9 리퍼와 유사한 중고도 무인기를 개발중이다. 대한항공에서 시제개발을 완료하고 곧 1차 양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찰 기능 뿐만 아니라 미사일을 탑재해 공격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 선진국인 미국, 이스라엘, 터키 등에 비해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미래 전장에 대비해 우리 공격 드론 개발에 더욱 더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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