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후계자인 세 아들에게 ㈜한화 지분을 증여한다. 이에 따라 ㈜한화-한화에너지 간 합병 필요성이 사라지고, 의도적인 주가 누르기 의혹도 해소되면서 ㈜한화 주가가 재평가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는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 22.65%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지난 31일 공시했다.
증여 이후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로, 총 20.51%가 된다. 여기에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가진 ㈜한화 지분까지 더하면 총 42.67%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를 중심으로,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와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계열사별로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전반과 에너지·방산 부문을, 김동원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 부문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며 “이번 승계 완료로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일부러 주가를 낮췄다’는 오해가 불식되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챗GPT]
이번 절차는 승계 과정을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한화그룹을 둘러싼 승계 리스크와 ‘주주를 희생시켜 총수 일가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 프레임을 상당 부분 지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재계 안팎에서는 세 아들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화와 한화에너지 간 합병을 통해 3세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한화에너지가 ㈜한화를 흡수합병하거나, 반대로 ㈜한화가 한화에너지를 흡수합병할 경우, 세 아들은 비상장사 지분 100%를 통해 상장사인 ㈜한화의 신주를 받게 된다. 결국 자금 투입 없이 상장사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교환비율이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설정될 경우, 기존 ㈜한화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합병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세 아들이 많은 신주를 확보하기 위해선 ㈜한화의 주가가 낮고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높아야 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화의 주가는 방산, 조선, 에너지 등 신사업 호재에도 불구하고 3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저평가라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지분 증여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김동관 부회장 등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2218억원(3월 4일~31일 평균 종가 기준)에 달한다. ㈜한화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세된 세금은 ‘정도경영’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김 회장의 지분 증여로, 한화에너지 상장 추진으로 인한 승계 관련 ㈜한화 주가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증여세 재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배당 확대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시장에서는 한화그룹 관련 각종 억측과 루머가 확산돼 왔다”며 “그러나 김 회장이 3월 31일 세 아들에게 지분 11.3%를 증여한 결정은, 승계 과정에서 어떤 변칙적인 방법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