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보병이 쏜 11.8kg 미사일...푸틴의 심장을 찢다

제공권 내준 우크라이나군 예상밖 선전?
휴대용 미사일로 러시아 전차 막아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2.03.03 15:37 | 최종 수정 2022.03.03 15:41 의견 0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한 2015 미스 우크라이나 아나스타샤 레나.[출처 아나스타샤 인스타그램]

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도네츠크 인민공화국)와 루간스크주(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파병을 명령했다. 주민보호를 위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는 명분이었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했다. 사실상의 선전포고였다.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대해 제한적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면적 침공을 개시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 누구라도 우리를 막으려는 자는 그들 역사에서 결코 겪어보지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러시안군은 개전 초기 강력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을 수행해 우크라이나군의 레이다 망을 교란하고, 순항 미사일 및 탄도미사일로 공군기지 및 레이다 기지 등 핵심군사시설을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은 무력화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늘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당한 우크라이나군 대공무기. [출처=BBC 캡처]

제공권을 장악한 러시아군은 전투기, 폭격기, 공격기, 공격헬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주요 전력을 공격했다. 항공전력의 지원이 없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항공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러시아군은 대규모 기갑전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북, 동, 남 방향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순식간에 포위했다. 러시아군은 심리전도 병행해 공격목표를 찾는 데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아들이 전사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 신호가 몰리는 지역을 확인해 집중 공습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선전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

러시아군의 파상공세로 키예프 함락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개전 3일차에 접어들며 러시아군의 진격은 느려지고, 외신은 우크라이나군의 선전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키예프에서 반경 30Km 지점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민병대의 강력한 저항으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개전 4일차인 지난 27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카키브(Kharkiv)를 장악하는데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러시아군은 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개전 7일차인 현재(3월2일)까지 러시아군은 압도적인 화력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시를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3월1일 오전 6시 기준 러시아군의 항공기 29대, 헬리콥터 29대, 탱크 198대, 장갑차 846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전사자는 5710명이고, 포로는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추산했다.

군사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시민과 지도부의 결사 항전의지로 우크라이나 군은 예상 밖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코미디언 출신인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해외 피신을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The fight is here(싸움은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 I need ammunition, not a ride(나는 탄약이 필요하지, 피신할 이동수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미국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우크라이나 젊은이들도 도피가 아니라 항전을 선택했다. 한 신혼 부부는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올해 6월로 예정된 결혼식을 앞당겨 2월24일 식을 올리고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에 동반 입대했다. 그들은 “두렵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미스 우크라이나인 아나스타샤 레나는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전사로 변신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우크라이나 남녀노소 모두 침략자를 격퇴하기 위해 한마음이 되어 전선에 나아가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러시아군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전하는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로 인해,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러시아군의 초기 계획은 무산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전차 미사일..우크라이나의 희망이 되다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방이 제공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는 평야가 많은 지역으로, 제공권을 잃은 우크라이나군의 대형 기갑 장비(전차, 장갑차 등)은 나타나는 즉시 러시아 항공기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다.

반면, 보병이 휴대 가능한 미사일은 실질적으로 모두 찾아내 파괴하기가 불가능하다. 개전 전,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대량의 휴대용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미국이 제공한 제블린, 영국이 제공한 엔로가 대표적이다.

보병이 휴대 가능한 대전차 미사일이 실질적인 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길목에 매복해 있다 기습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해 러시아군의 예봉을 꺾는다는 전략이다. 또 보급차량을 파괴해 러시아군의 식량, 유류, 탄약이 부족하게 만들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마트를 털게 된 이유다. 이같은 전술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대전차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보유한 대전차 미사일.[출처=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

◆최대 2.5km서 정밀 타격..러시아 전차 무력화
재블린(FGM-148 Javelin)은 미국이 개발한 대전차 미사일이다. 발사기무게는 6.4Kg, 미사일은 11.8Kg다. 무겁기는 하지만 보병이 충분히 휴대가 가능한 무게다. 75m 이상의 거리에서 적군의 전차를 공격할 수 있으며, 최대공격가능거리는 2.5km다. 도심과 평원 어디에서나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2중 성형작약탄두(Tandem Shaped Charge Warhead)를 사용한다. 첫번째 탄두는 전차의 반응장갑(전차의 주장갑에 부착되어 피탄 시, 전차외부로 폭발하여 탄의 폭발력을 무력화하는 외부장갑)을 무력화하기 위해 1차적으로 폭발하고, 두번째 주탄두가 폭발하며 전차의 본장갑을 파괴한다. 성형작약탄두는 콘 모양으로 제작된다. 이렇게 제작된 탄두는 폭발 시 원뿔의 꼭지점에 고온,고압의 가스가 집중되어 초속 8km의 속도의 제트가 발생해 전차 장갑을 관통, 전차를 파괴한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2가지 공격모드를 제공한다. 직접공격모드와 상부공격모드이다.

특히, 상부공격모드(Top Attach Mode)는 적 전차에 치명적이다. 전차의 가장 약한 부분인 전차 상부 포탑을 공격해 일격에 전차를 무력화시킨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선으로 유도하는 Tow 대전차 미사일과 달리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형 무기로 미사일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로 적의 전차를 스스로 찾아간다. 사수는 발사 후 즉시 몸을 숨길 수 있어 사수의 생존성을 높였다. 게릴라 전에 적격인 것이다.

3월 1일,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웹사이트(https://armyinform.com.ua)에 “수천발의 엔로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Thousands of NLAW and Javelins are waiting for their time)”며 비축된 대전차 미사일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휴대용 미사일의 성과를 확인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미사일의 추가 공급을 약속했다. 서방의 무기가 신속히 공급되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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