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숙제 남긴 차세대 호위암 수주전

기술인력 절대 부족 삼강엠앤티 승자
건조능력 의구심..지나친 가격경쟁 지양해야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2.01.14 16:02 | 최종 수정 2022.02.24 09:09 의견 0
삼강엠앤티가 수주한 해군의 차세대 호위암 울산급 Batch-III 2번함.

해군의 차세대 호위암 수주전에서 삼강엠앤티(이하 삼강)이 최종 승자로 확정됐다. 삼강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방위사업청과 울산급 Batch-III 2번함 건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액은 3353억원, 인도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울산급 Batch-III는 길이 129m, 폭 15m 규모로, 최고 속력 30노트의 성능을 자랑한다. 해군은 노후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기 위해 대공〮대잠 탐지능력이 향상된 함정을 발주했다. 특히, 이 함정에는 우리 호위함에 최초로 장착되는 레이더 및 적외선 추적장비를 4면 고정형으로 설치한 복합센서마스트를 적용해 표적처리 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다만, 소요군인 해군은 이번 입찰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무기체계라고는 함포가 전부인 해경 경비함만 건조해 본 삼강이 각종 첨단 무기체계가 집적되는 최신예 호위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삼강은 입찰 공고문에서 요구한 직영 설계인력 00명, 직영 생산인력 000명을 갖추지 않은 채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참여업체의 건조능력을 평가하는 적격심사위원회에서 요구 인력숫자를 채우지 못한 것이 입찰 결격사유인지, 아니면 적격심사 규정에 따라 관련 인력 항목에서 최저점을 부여해야 하는 지가 논쟁거리였다고 한다. 결국 적격심사위원회는 인력부족은 결격사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최저가를 적어낸 삼강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울산급 Batch-III 입찰은 방위사업청과 함정업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첫째, 방위사업청은 기본설계가 다른 3종류의 호위함인 인천급 호위함, 대구급 호위함, 울산급 Batch-III를 하나의 방산물자_호위함(FFX)로 간주하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기본설계를 다시 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함정임을 의미한다. 울산급 Batch-III 는 인천급보다 경하배수량만 1100톤이나 무겁고 추진체계, 탑재 무기체계, 탑재 레이더 등이 업그레이드 된 완전히 다른 함정이다. 인천급과 울산급 Batch-III를 하나의 방산물자로 간주해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인천급 호위함의 건조능력을 평가해 방산업체로 지정된 함정조선소들이 참여했다.

울산급 Batch-III 호위함을 건조할 능력이 있는 지 확인이 안된 조선소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는 달리 광개토-III Batch-I 과 Batch-II 구축함은 유사함정이지만 다른 방산물자로 지정됐다. 광개토-III Batch-II 구축함의 방산업체 지정 시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산업체 지정을 희망하는 함정조선소의 건조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광개토-III Batch-II 구축함의 방산업체를 지정했다. 방위사업청은 왜 구축함과 호위함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방산물자 제도를 운영하는 지 면밀히 살펴서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상함 적격심사 규정이 건조능력을 평가하는 변별력 있는 잣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사업 참여인력 관련 항목이다. 인력부분의 배점이 총 16점인데 인력 관련 항목에서 모두 최저점을 받아도 10.9점이나 된다. 인력 부분에서 최저점을 받아도 최저점이 높게 책정돼 있어 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적격심사를 통과하는 구조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설계인력과 생산인력이 한 명도 없어도 적격심사에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무기체계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방산물자, 방산업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직영인력이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체와 필요시마다 외주인력을 활용해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체는 차별화할 수 있도록 변별력이 있게 적격심사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된 4개 사 중, 삼강의 노무단가와 제비율이 가장 낮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사업보고서의 직원 평균 임금, 인력구조 등을 고려 시, 호위함 방산업체들(대우조선해양, 삼강엠앤티, 한진(HJ)중공업, 현대중공업) 중 삼강의 노무단가와 제비율이 월등히 낮을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함정의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예상되는 재료비, 투입 시수 등 직접비와 입찰에 참여하는 각 업체의 노무단가와 제비율을 사용해 업체별 계산금액을 산출한다. 이 중 가장 낮은 업체의 계산금액을 기초예비가격으로 정한다. 직접비(특히 노무비)에 제비율을 곱해 간접비를 산출하는 구조인 현 방산원가 구조상 삼강의 계산금액으로 산출된 기초예비가격은 타 업체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한 상대할 수 없는 가격일 것이다. 삼강이 방산업체로 지정된 향후 사업에 실질적으로 타 업체의 입찰참여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삼강의 가격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타 업체들도 삼강처럼 설계 등 연구개발조직을 없애고, 생산인력도 모두 외주화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함정개발능력의 붕괴를 뜻하는 이러한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경쟁, 품질경쟁으로 함정업체간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정책 도입이 절실한 배경이다.

넷째, 지속가능한 함정사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넘버1, 넘버2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함정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다. 이들 업체의 민수 경기가 좋을 때에는 함정사업에서 손실이 지속되어도 국가에 방위성금을 낸다는 마음으로 함정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조선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조선업을 천년 만년 선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럽, 일본 조선업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가면서 조선업의 Power Shift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의 산업구조 변화(제조업 기반 2차 산업 à 4차 산업)를 감안하여도 우수 인재를 대규모로 조선업에 유치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현재 조선업의 임금수준이 타 산업대비 열등하여 젊은 인재들의 조선업 이탈이 계속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경우, 상상하기도 싫지만 20년, 30년 후에는 우리 해군 함정을 외국에서 지어 와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함정산업의 이익 수준을 정성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Five Forces Analysis”를 해보자.

(수요자의 교섭력 高) 수요자는 방위사업청 단일 수요자로 입찰규정과 입찰가격의 기준 결정은 물론이고 업체의 원가구조까지 파악하고 있다.

(산업내부의 경쟁강도 高) 함정업체간 경쟁이 치열하여 정부가 추산한 적정가격(기초예비가격)의 90%보다 낮은 가격에서 수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급자의 교섭력 高) 함정에 탑재되는 주요 고가장비는 추진체계, 무기체계 등인데 방산물자로 지정돼 단독 공급업체가 대다수이다. 기본설계 시 부품 공급업체로 선정이 되면 타 부품으로의 교체비용(Switching Cost)이 막대하여 양산함(2번함 이후) 단계에서 납품업체가 가격을 무리하게 상승시켜도 함정업체가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규조선소의 진입 위협, 대체재의 위협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함정사업의 이익율은 극히 낮거나, 적자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납품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 등을 고려할 경우, 실제 함정업계는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현재의 함정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기술과 품질 경쟁을 유도해 지속가능한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방위사업청, 업계는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육상, 유도 무기체계와 같이 체계개발업체에게 일정량의 양산품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안서 평가에 의한 기술경쟁으로 선정된 함정 체계개발업체에게 선도함뿐만 아니라 2번, 3번함까지 생산케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함정을 개발한 조선소가 일정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기술경쟁은 치열해지고 기술경쟁에 필수적인 함정 연구개발인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에서의 경쟁은 필요하다. 우리 함정조선소들의 기술경쟁에 의한 기술혁신이 서방선진국의 전유물인 구축함, 잠수함의 자체 개발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무리한 가격경쟁은 함정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다. 기술/품질 경쟁에 의한 함정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미래에도 우리 바다를 지키는 우리 함정은 우리 조선소가 생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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