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여성 사내이사를 단 한 명도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경영의 기본이자 기업 신뢰의 핵심 요소인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여성 사내이사는 ▲삼성(상장계열사 17개) 1명 ▲SK(22개) 1명 ▲현대차(12개) 2명 ▲LG그룹(12개) 3명 ▲롯데(11개) 1명 ▲포스코(6개) 0명 ▲한화(12개) 0명 ▲HD현대(10개) 0명 ▲농협(3개) 0명 ▲GS(8개) 0명으로 나타났다.

LG그룹은 총 3명의 여성 사내이사를 보유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HS애드 박애리 대표이사, LG생활건강 이정애 사장, LG유플러스 여명희 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진은숙 부사장은 지난 3월 창사 이래 첫 여성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노션 정성이 고문 역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 SK, 롯데그룹은 각각 1명씩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SK는 인크로스 손윤정 대표이사, 롯데는 롯데칠성음료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그룹 3세 경영인으로 그룹 전체의 구조적 다양성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2022년 8월 시행) 이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게 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확대는 눈에 띄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 같은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유리천장이 공고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사외이사는 외부 전문가로 이사회 견제와 감시 역할에 주력한다. 반면 사내이사는 회사 내부 임원으로 실질적인 전략 결정과 경영 참여의 주체다.

이 때문에 기업 리더십의 다양성과 포용성 수준은 사내이사 구성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블랙록, ISS 등 글로벌 투자지관은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을 투자 및 의결권 행사에 적극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포스코, 한화, HD현대, 농협, GS그룹은 상장 계열사 중 여성 사내이사가 없었다.

여성 사내이사가 전무한 그룹 중 상당수는 제조업·중공업·방산 등 전통적인 남성 중심 산업군에 속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 종사자 수가 적은 제조업 기업들이 여성 사내이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이 있다"며 "조직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여성 인력의 확대와 육성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