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이 늘었다. 기업의 존폐가 아니더라도 주주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져, 일반 주주들의 주주행동 인식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20여 개의 기업이 주주제안을 마쳤다. 주주들은 올해 주주제안을 통해 주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관측됐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과거에는 거래정지 종목 위주로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에 나섰지만, 올해는 주가 하락과 주주환원 확대를 이유으로 주주행동에 나서는 소액주주가 많아졌다”며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일반 주주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 아닐지라도, (소액주주가) 행동에 나서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실히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소액주주연대는 이마트에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재공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의 분기별 공시 ▲자사주 전량 소각 ▲집중투표 배제 조항 삭제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신설 ▲권고적 주주제안권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마트 소액주주연대는 “이마트 주가는 최근 5년간 약 59%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6배에 불과하다”며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을 고려하더라도,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 거버넌스나 주주권익 등 측면에서 구조적인 저평가 요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자에 대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정보 제공, 거버넌스 개선 등을 통해 저평가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T 계열사인 밀리의서재도 주주제안을 받아 올해 첫 배당에 나설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서 국내 자산운용사 서울에셋매니지먼트와 소액주주연대 측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주주제안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202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후, 실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매출은 2022년 458억원에서 2023년 566억원으로 늘었으며,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하는 지난해 실적은 725억원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투자자들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액트를 통해서 20개 정도의 회사에 주주제안을 넣었다. 실제로 안건에 상정된 회사는 10여 개”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포기했다. 주식을 6개월 이상 장기보유한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하려 했지만, 회사 측에서 까다로운 증빙자료를 요구하며 주주제안을 포기하게끔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제542조6 2항(소수주주권)에 따르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발행주식총수의 1%(대기업의 경우 0.5%) 이상을 6개월 넘게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인수·합병(M&A)과 자회사 중복 상장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행동도 지속되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경영 감시를 위한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주주제안 내용은 ▲비핵심자산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 ▲보수지급금액 공시대상 임원의 수행 업무보고 ▲분기배당 허용, 자기주식 소각, 기업설명회 정례화, 소액주주보호 명문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등이다.

연대는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DB하이텍이 지난해 7월 자회사 DB메탈로부터 골프장 회사인 DB월드 지분 39.59%를 매입해, DB월드를 자회사에 편입한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