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극항로 개척, 부산의 해양물류 허브화 등 미래 해운 전략을 강화하면서 HMM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민간 매각 대신 '테마섹 모델'과 같은 제3의 대안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이 한국의 정치·경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30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관치금융 시대에는 주인 없이 기업을 남기기보다는 민영화를 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선은 아니다"며 "싱가포르 테마섹처럼 기업이 낸 성과를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HMM이 전략 자산으로서 장기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HMM은 2010년대 후반 글로벌 해운 불황과 경영난 속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약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 중 약 4조원은 전환사채(CB) 등의 자본성 채권으로 구성됐다.

HMM은 지난 4월 마지막 CB에 대해 조기상환권을 행사했고, 산은과 해진공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두 기관의 지분율은 71.69%로 상승했다.

정부 측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약 18조4500억원(시가총액 23조634억원 기준)에 달한다. 지분율이 높아진 만큼 한 기업이 인수해야 할 자금 규모도 커졌고, 이 같은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챗GPT]

전 후보자가 언급한 테마섹(Temasek) 은 싱가포르 정부가 100% 소유한 국부펀드형 투자기관이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싱가포르항공, 싱텔, DBS은행, PSA(항만공사) 등 국가 주요 기업을 경영·투자하며,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 모델이 한국에 적용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크다는 지적이 따른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테마섹의 대표 사례가 PSA인데, 전 세계 항만 물동량 1~2위를 다툴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PSA는 국가가 100% 통제하는 단일 회사고, 싱가포르의 모든 항만은 PSA가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국가 통제형 시스템은 부정부패가 적고 강력한 통치가 가능한 싱가포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은 허치슨, PNC, 한진, HMM, 세방, 동방 등 수십 개 터미널사가 경쟁을 통해 항만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이런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면 독점 체제가 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부패와 방만 운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경쟁을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모델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기관이 HMM의 지분 70%를 쥐고 있는 가운데 HMM의 정체된 지배구조가 기업의 기민한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지적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