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사옥.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가 네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순익이 크게 증가하고 중소형주 위주로 IPO시장이 활기를 띠면서다. 케이뱅크가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여전히 4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교 기업이 확실한 상황에서 높은 몸값을 고집하면 또다시 수요예측에서 흥행 실패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케이뱅크 이사회가 12일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번이 네 번째 IPO 도전이다. 케이뱅크는 앞선 IPO 도전에서 번번이 몸값 문제에 부딪혔다. 이 은행은 지난 2023년 2월, 지난해 10월, 올해 1월 총 3차례 IPO 추진에 나섰다. 이 기간 케이뱅크의 기대 기업가치는 8조원에서 7조원, 4조원으로 축소됐다.
케이뱅크는 더 이상의 기업가치 할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케이뱅크가 목표하는 혁신-상생금융 실천을 위한 투자 발판을 마련해 퀀텀점프를 이뤄내고자 한다”며 “기대 시가총액은 작년 예비 심사를 참고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상승을 이뤄냈으며, IPO 시장이 활기를 찾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281억원으로 전년대비 900.78%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2년보다도 53.23% 증가한 수치다.
이 은행은 지난 2020년 순손실 1053억원에서 2021년 순이익 22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후 순이익은 2022년 순이익 836억원으로 271.56% 증가했다.
지난 2023년에는 충당금 문제로 순이익이 128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2022년부터는 기업대출에도 진출한 상태다. 이 은행의 기업여신 잔액은 2021년 0원에서 2022년 951억원, 2023년 9751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수수료수익 등 비이자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613억원이다.
이 은행의 순수수료손익은 2021년 196억원에서 2022년 30억원, 2023년 22억원으로 감소세에 있었다.
케이뱅크는 “MMF 등 운용수익이 늘어난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 호조에 따른 펌뱅킹 수수료 확대, 체크카드 발급 증가, 연계대출 성장, 플랫폼 광고 수익 본격화 등이 비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IPO 시장도 지난달부터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IPO 시장은 상장한 11개의 종목 중 9개 종목이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며, 1월까지 부진했던 IPO 시장의 분위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름테라퓨틱, 동국생명과학, 모티브링크, 위너스, 엘케이엠 등 5개 종목의 당일 종가 수익률이 평균 144%였다. 주가는 2월말 기준 100% 상승했다”며 “2월 상장한 5개의 중소형주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오랜만에 중소형주 중심으로 IPO 시장에 훈풍이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어그룹이 확실한 케이뱅크가 4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고집한다면 IPO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조건으로 IPO가 진행된다면 흥행은 어려울 것 같다”며 “LG CNS와 밸류를 깎아서 나오는 서울보증보험 등 눈에 보이는 피어(peer·비교 기업)가 있는데 그냥 고집한다는 것은 운용사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으면 오히려 기관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지만 이후 주가가 좋을 경우다. 케이뱅크 같은 경우 이후 어떤 수급을 갖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뱅크가 기대하는 실질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2.04배 수준이다. 이는 인터넷은행 업계 1위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의 PBR 1.61배를 웃돈다.
반면, 카카오뱅크보다 비이자이익 비중은 아직 낮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비이자이익 비중은 11.29%로 카카오뱅크(30.78%)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한편, 케이뱅크는 이번 IPO 도전이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약속한 상장 시일이 1년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FI들로부터 총 7250억원을 투자받으며 2026년 7월 상장과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 신주 계약 거래 종결일로부터 IPO 완료일까지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 등을 약속했다.
케이뱅크는 3번째 IPO 시도에도 청약일까지 10개월이 걸렸었다. 이사회가 지난해 1월 IPO 재추진을 결의했으며, 증권신고서는 같은 해 1월, 청약일은 같은 해 10월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