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대부분 만료된다. 금융당국의 이사회 전문성과 내부통제 강화 요구에 대거 물갈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지주들은 연임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올해도 대부분의 사외이사를 연임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만이 연임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외이사를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공개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32명 중 23명의 임기는 해당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금융지주는 앞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사회의 견제와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요구받은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와 관련해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의 대표이사(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대형 금융사고재발을 보면서 내부통제의 질적 개선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 중"이라며 "지배구조 선진화 운영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금융지주회사의 대표적인 내부통제기관으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이사회 멤버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됨에 따라, 금융지주 차원에서 이사회 구성을 대거 물갈이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며, 1년씩 연임이 가능하다. 임기는 최대 6년까지며, KB금융은 예외적으로 5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측과 달리 금융지주들은 최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외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연임하기로 결정하는 분위기다.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인 가운데 6인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 가운데 재직기간이 4년 6개월인 권선주 사외이사와 오규택 사외이사만 교체하기로 했다. 나머지 4인의 사외이사는 연임한다.

새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기존 여성 사외이사와 교수 위주인 KB금융 사외이사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외이사 후보는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다. 성별도 기존 사외이사와 동일한 여성 1인, 남성 1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 후보를 찾는 문제, 임기가 짧으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지만, 우선 내부통제 전문가라는 부분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 전문가는 금융 관련 내부통제를 잘할 수 있고, 회계 전문가는 회계관련 내부통제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의 요구도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순으로 차례로 나가고, 이 자리를 조금 더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로 채우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연임이 가능한 사외이사까지 대량 물갈이하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엄격한 내부통제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주문에도, 최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1명만 교체한다.

기존 이정원 사외이사를 대체할 사외이사 후보는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다. 서 전무가 사외이사에 선임된다면, 하나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만이 내부통제 방법은 아니다. 별도로 전사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연임이 가능한 사외이사까지 교체하며, 올해 이사회 구성원을 대거 물갈이할 예정이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5인 가운데, 연임 여부와 관계 없이 최소 4명을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정찬형, 윤인섭, 윤수영, 신요한, 지성배 이사다. 정찬형 사외이사는 올해 최대 임기 6년을 채우며 교체가 확실시된다.

업계는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교체가 이사회의 내부통제 기능 강화 기조와 맞물려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금융은 현재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조사 결과는 우리금융지주가 금융위원회에 신청한 동양·ABL 생명 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앞서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대부분 증권사 이력이 있는 인물로 구성했었다.

신한지주는 아직 사외이사 후보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도 올해 사외이사 9명 중 7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7명 모두 연임이 가능한 상태다.